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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전마마의 침소에 사흘 밤 내리 불이 꺼지지 않은 까닭」 『계서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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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킹멘트 (294자)

    궁궐의 가장 깊은 곳, 등불마저 외롭게 흐느끼던 중궁전의 문이 사흘 밤낮을 굳게 닫혔습니다. 임금의 발길이 닿지 않은 처소에 어둠이 내리자, 문틈 사이로 붉은 화마와 같은 불빛과 함께 기이한 사내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감찰 상궁이 침을 삼키며 은밀히 들여다본 그곳에는, 일국의 국모가 피눈물을 흘리며 낡고 찢어진 무언가를 기우고 있었습니다. 궐 안을 뒤흔든 발칙한 밤의 비밀과, 훗날 냉혹했던 임금이 그 초라한 비단 조각을 품에 안고 엉엉 울어버린 기가 막힌 사연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본드라마는 조선 왕조실록에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며 『계서야담』 궁위편 기사를 각색한 드라마 입니다

    ※ 1: 독수공방의 등불

    바람 한 점 없이 사위가 꽁꽁 얼어붙은 구중궁궐의 밤은 저승의 밀실보다도 아득하고 적막했습니다. 구름 뒤로 숨어버린 달빛마저 비껴가는 중궁전은 마치 거대한 무덤처럼 궁궐 한구석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습니다. 이 차디찬 침소의 주인은 조선의 국모인 중전이었으나, 실상 그녀의 처지는 궐 밖의 외로운 청과부보다 나을 것이 전혀 없었습니다. 후궁들의 치마폭에 싸여 궁궐 서쪽 편전에서 밤새 음주와 가무를 즐기는 임금의 발길이 이곳 중궁전에 닿지 않은 지는 이미 수삼 년의 세월이 흐른 뒤였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중전은 단 한 번도 흐트러진 기색을 보이거나 원망의 빛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매일 아침 서릿발 같은 대신들의 눈초리를 견디며 내명부의 기강을 바로잡았고, 깊은 밤이 되면 어김없이 홀로 앉아 성현의 경전을 읽거나 바느질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구중궁궐이라는 곳은 아주 작은 불빛 하나, 숨소리 하나에도 늑대 같은 눈들이 번뜩이는 잔인한 전쟁터였습니다. 중전의 뒤를 캐어 자신들의 수양딸을 옥좌 옆에 앉히려는 간신 세력의 수장인 영의정 김 대감의 사주를 받은 음흉한 눈길들이 궐 안 곳곳에 숨어 중전의 숨소리까지 감시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간악한 감시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 바로 굳은 표정으로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채 중궁전 주위를 배회하는 감찰 상궁, 박 상궁이었습니다.

    박 상궁은 수시로 숨을 죽이고 중궁전의 동태를 살폈습니다. 오늘은 유난히 바람이 을씨년스럽게 불어 한기가 뼛속까지 시리도록 스며드는 밤이었습니다. 밤이 깊어 야간 통행금지를 알리는 삼경의 북소리가 멀리서 둔탁하게 울려 퍼졌음에도, 이상하게 중궁전 안마당을 비추는 창호지 문에는 붉은 촛불의 흔들림이 꺼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박 상궁은 눈을 가늘게 뜨고 중궁전의 창문을 노려보았습니다.

    보통 때라면 이미 사위가 어두워지고 상궁들이 교대를 마친 뒤 불이 꺼졌을 시간인데, 중궁전의 불빛은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더 붉고 밝아지는 듯했습니다. 더군다나 문틈 사이로 아주 미세하지만 슥삭, 슥삭 하고 거친 무명천을 쓸어내리는 듯한 야릇한 소리가 밤공기를 타고 조심스럽게 흘러나왔습니다. 박 상궁의 심장이 고동치기 시작했습니다.

    이건 필시 무언가 상서롭지 못하고 비밀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징조였습니다. 왕의 사랑을 받지 못해 독수공방하던 중전이 외로움을 이기지 못해 궐 밖의 은밀한 사내와 내통하여 연을 맺었다거나, 혹은 자신을 멀리하는 임금을 저주하기 위해 밤마다 저주의 인형을 만들며 흉측한 무속 굿이라도 벌이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박 상궁의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영의정 대감에게 바칠 이보다 더 좋은 먹잇감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박 상궁은 좌우를 둘러본 뒤 발소리를 죽여 조심스럽게 댓돌 위로 발을 올렸습니다. 문지기 상궁들은 이미 대감의 은화에 매수당했거나 깊은 잠에 빠져 있었습니다. 서릿발 같은 긴장감이 등줄기를 타고 아래로 흘러내렸습니다. 그녀는 침을 꿀꺽 삼키며 손가락 끝에 침을 살짝 묻혔습니다. 그리고는 중궁전 사랑방 옆의 낡은 문풍지에 소리 없이 구멍을 뚫었습니다. 아주 작은 구멍이었지만, 그 안에서 새어 나오는 뜨거운 붉은 촛불 빛은 박 상궁의 간악한 외눈을 붉게 물들이기에 충분했습니다.

    구멍을 통해 들여다본 중궁전 안의 풍경은 으스스하면서도 숨이 막힐 정도로 비밀스러웠습니다. 일국의 국모인 중전마마는 평소 입던 화려한 당의와 겉치마를 벗어던진 채, 하얀 속적삼과 하얀 속치마만 입고 바닥에 엎드리다시피 앉아 있었습니다. 방 안에는 촛불이 세 개나 켜져 있어 대낮처럼 환했는데, 중전의 하얀 무릎 곁에는 궁중의 고급 비단이 아닌 아주 낡고 때가 타 구멍이 숭숭 뚫린 피 묻은 남자의 군관 저고리가 놓여 있었습니다.

    중전의 고운 손끝은 붉은 실을 꿴 바늘을 쥔 채 바르르 떨리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고운 뺨을 타고 끊임없이 흘러내린 눈물방울이 저고리의 마른 피 얼룩 위로 뚝뚝 떨어져 붉은 얼룩을 더 짙게 물들였습니다. 박 상궁은 그 모습을 보고 숨을 크게 들이쉬었습니다.

    사내의 피 묻은 옷을 궐 안에서, 그것도 중전이 속적삼 차림으로 밤새 기우고 있다니. 이것이 조정에 알려진다면 중전의 목숨은 물론이요, 그녀의 가문 전체가 당장 역모죄로 단칼에 베어질 판이었습니다. 하지만 중전은 외부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는 듯 오직 손에 든 저고리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한 땀, 한 땀 바늘이 거친 천을 뚫고 지나갈 때마다 중전의 입술에서는 나지막한 흐느낌이 새어 나왔습니다.

    "바보 같은 사람, 어쩌자고 이 차가운 궁궐에 홀로 남겨진 나를 위해 목숨까지 버리려 하셨습니까. 내 손으로 살아계실 때 따뜻한 밥 한 끼 지어드리지 못하고, 상처를 기워주지 못했으니, 죽어서 저승길에서라도 이 옷을 입고 가소서."

    중전의 혼잣말을 들은 박 상궁은 등골이 오싹해졌습니다. 중전이 말하는 사내는 누구란 말인가. 그것도 피 흘리며 죽어간 사내의 저고리를 붙잡고 우는 이 기막힌 현장을 영의정 김 대감에게 알린다면, 당장 내일 아침이라도 대궐마당은 붉은 피로 물들 것이 자명했습니다. 박 상궁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발걸음을 돌리려 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사방을 뒤흔드는 기괴한 겨울 한풍이 불어와 중궁전의 문고리를 덜컹 흔들었습니다. 박 상궁은 흠칫 놀라 어둠 속으로 몸을 한껏 웅크렸습니다. 가슴이 터질 듯한 중압감 속에서 박 상궁은 이 엄청난 비밀을 어떻게 이용할지 궁리하며, 중전의 처절한 바느질 소리를 밤새도록 귀담아들었습니다.

    중전은 밤이 깊어 새벽닭이 울 때까지 단 한 순간도 허리를 펴지 않았습니다. 촛불이 녹아내려 촛농이 바닥에 흐르고 연기가 방 안을 가득 메워도, 그녀의 바늘끝은 오직 저고리의 터진 솔기를 메우는 데만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마치 그 저고리가 오라비의 잃어버린 혼백이라도 되는 양, 어루만지고 기우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기괴함과 동시에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을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박 상궁은 날이 밝아오자 붉게 충혈된 눈을 비비며 어둠 속으로 유령처럼 사라졌습니다. 이제 궐 안에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 피바람이 불어올 일만 남은 셈이었습니다.

    ※ 2: 문틈으로 흘러나온 붉은 실

    바람이 거칠게 지나간 자리에는 오직 차가운 적막만이 남았고, 박 상궁은 간신히 쿵쾅거리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다시 숨을 죽였습니다. 방 안의 중전은 밖에서 나는 서성임과 기척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 여전히 바느질에 온 정신을 빼앗겨 있었습니다. 사흘 밤을 꼬박 새우며 등불을 켜두었던 터라 그녀의 눈밑은 검게 그늘져 죽어 있었고, 붉던 입술은 한겨울 가뭄에 갈라진 논바닥처럼 쩍쩍 갈라져 붉은 피가 맺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바늘을 움직이는 손길만큼은 자비가 없는 장수의 칼날처럼 단호하고도 처절했습니다.

    박 상궁은 구멍을 뚫은 문풍지에 다시 눈을 밀착시켰습니다. 이제 중전의 손놀림은 단순한 바느질을 넘어, 저고리의 깃 안쪽에 무언가를 은밀히 찔러 넣는 기이한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흔히 쓰는 종이 조각이 아니었습니다. 아주 얇고 고운 흰 비단 자락에 붉은 핏빛으로 촘촘히 쓰인 글귀, 즉 손가락을 깨물어 작성한 혈서였습니다. 중전은 자신의 손가락 끝을 질끈 깨물어 피를 내어 쓴 그 혈서를 저고리의 두꺼운 솜깃 속에 깊숙이 밀어 넣고는, 다시 한번 붉은 실로 촘촘히 꿰매어 아무런 자국도 남지 않도록 흔적을 없애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세상에 절대로 드러나서는 안 될 거대한 하늘의 비밀을 그 초라하고 낡은 옷 속에 영원히 봉인하려는 듯한 엄숙하고도 처절한 몸짓이었습니다. 중전은 숨을 고르며 혼자서 나지막하게 중얼거렸습니다.

    "하늘이 굽어살피신다면, 언젠가는 이 피 묻은 원한이 풀리는 날이 오겠지요. 전하께서 친히 이 옷을 마주하시는 날, 간신들의 목을 베고 이 나라의 기강을 바로잡아 주소서. 설령 그때 내 목숨이 이미 낙엽처럼 져서 이 땅에 없다 할지라도, 나의 충심과 가문의 무죄함만은 하늘이 반드시 증명해 줄 것입니다."

    중전의 나지막한 독백은 처량하면서도 소름 끼칠 정도의 차가운 결기를 담고 있었습니다. 구멍 밖에서 이를 지켜보던 박 상궁은 침을 꼴깍 삼켰습니다. 중전의 가문은 일 년 전, 조정의 병권을 제멋대로 장악하려 했다는 억울한 무고를 당해 강화도로 귀양을 갔다가 사약을 받고 가문 전체가 멸문지화를 당하는 참변을 겪었습니다. 당시 중전 역시 폐위 위기까지 몰렸으나, 유림과 대신들의 거센 눈치를 보던 임금이 차마 나라의 국모를 함부로 몰아내지 못해 이 외롭고 차가운 중궁전에 가두다시피 방치했던 것입니다.

    그때 형장에서 처참하게 죽어간 중전의 오라비이자, 젊고 정의로운 군관이었던 민 도령이 마지막으로 입고 있던 옷이 바로 저 피 묻은 저고리였습니다. 전쟁터에서 제 한 목숨을 바쳐 나라를 구하고도, 권력에 눈이 먼 간신들의 장난질에 역적으로 몰려 숨을 거둘 때 그의 품에 안겨 있던 핏빛 저고리가 어찌하여 이 깊은 구중궁궐 중전의 침소까지 아무도 모르게 흘러 들어왔단 말인가.

    박 상궁의 머릿속은 복잡한 주판알을 튕기듯 바쁘게 굴러갔습니다. 이 비밀을 알아채고 영의정 김 대감의 사가를 통해 군사를 동원해 들이닥친다면, 중전은 현장에서 물증과 함께 빼도 박도 못할 역모죄의 주범으로 체포될 것이 분명했습니다. 박 상궁은 서둘러 영의정 김 대감의 처소로 소식을 전할 서찰을 작성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가벼운 발소리를 내며 어둠 속으로 몸을 날리는 그녀의 검은 치맛자락이 바람에 펄럭이며 밤의 정적을 사정없이 깨뜨렸습니다.

    그녀의 발소리가 사라진 방 안에서, 바늘을 멈춘 중전은 문득 고개를 들어 자신이 뚫어놓은 문풍지의 작은 구멍을 바라보았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붉은 촛불 빛 사이로, 바깥에 아주 작은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발견한 그녀의 입가에 뜻 모를 엷은 미소가 번졌습니다. 슬프디슬픈, 그러나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적들을 기다리는 여전사와 같은 해탈의 미소였습니다.

    "오너라, 눈먼 늑대들아. 탐욕에 눈이 먼 너희들이 내 침소의 빗장을 열고 들어오는 바로 그날이, 너희들의 추악한 파멸이 시작되는 첫날이 될 것이다. 오라비여, 부디 하늘에서 이 미천한 여동생에게 힘을 주소서."

    중전은 다시 바늘을 쥐고 마지막 깃 끝을 꿰맸습니다. 사흘 밤낮을 눈물과 피로 꼬박 새우며 완성한 저고리를 가슴에 꼭 안은 그녀의 가슴 위로, 쓰고 남은 붉은 실 한 자락이 뚝 끊어져 눈물처럼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방 안에는 다시 차가운 침묵만이 흘렀고, 중전은 불을 끄지 않은 채 꼿꼿이 앉아 다가올 운명의 아침을 기다렸습니다.

    ※ 3: 피 묻은 저고리의 행방

    다음 날 아침, 궐 안은 폭풍이 몰아치기 직전의 고요함처럼 무겁고 질긴 긴장감으로 가득 찼습니다. 영의정 김 대감은 박 상궁으로부터 중전이 사내의 피 묻은 저고리를 품고 밤새 울며 비단 깃 속에 정체 모를 혈서를 숨겨 꿰맸다는 상세한 보고를 전해 듣고는, 교활한 입술을 비틀며 크게 웃었습니다. 드디어 눈엣가시 같은 중전을 완벽하게 폐위시키고, 자신의 수양딸을 새로운 중전의 자리에 앉혀 권력을 독점할 완벽한 기회가 온 것입니다. 김 대감은 즉시 조정의 심복 대신들을 대동하고 임금의 편전으로 바람처럼 달려갔습니다.

    임금은 연일 계속된 주연과 근심으로 인해 눈이 붉게 충혈된 채 대신들을 맞이했습니다. 김 대감은 조정 대신들 앞바닥에 넙죽 엎드려 악어의 눈물을 흘리며 통곡하는 시늉을 하고는, 목소리를 한껏 높여 고발했습니다.

    "전하! 대궐 안 깊은 곳에서 참으로 나라의 근간을 뒤흔들 망측하고도 부정한 일이 벌어지고 있사옵니다! 중궁전의 등불이 사흘 밤낮을 꺼지지 않기에 궐 안의 군사들과 나인들이 기이하게 여겨 살폈더니, 중전마마께서 사사로이 외방의 사내와 내통하며 피 묻은 옷을 품고 울부짖고 있다 하옵니다! 이는 필시 전하를 저주하여 해치려 하거나, 궐내에 부정한 마귀를 들여 사악한 역모를 도모하려는 주술이 분명하옵니다! 당장 금군을 동원해 중궁전을 샅샅이 수색하시어 법을 바로잡으시옵소서!"

    임금은 그 말을 듣고 번쩍 눈을 떴습니다. 아무리 중전과의 사이가 소원해져 그녀를 멀리했다 한들, 일국의 왕으로서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부정과 역모의 소문은 결코 묵과할 수 없는 모욕이자 분노였습니다. 임금의 차가운 얼굴이 분노로 굳어갔습니다.

    "김 대감! 네 놈이 정녕 실성한 것이 아니라면, 일국의 국모를 상대로 어찌 감히 그런 망발을 이 신성한 조정에서 내뱉을 수 있단 말이냐! 만약 네 놈의 고발이 거짓으로 드러난다면, 그 목숨을 보존하지 못할 것이다!"

    "전하, 신의 가문과 평생의 목숨을 걸고 아뢰옵니다! 지금 당장 중궁전으로 행차하시어 처소의 침상 밑과 놋쇠 상자 속을 수색해 보시옵소서! 만약 그 안에서 피 묻은 사내의 저고리와 음흉한 혈서가 나오지 않는다면, 신을 당장 저잣거리에서 거열형에 처하셔도 가하옵니다!"

    김 대감의 목숨을 건 단호한 태도에 조정 대신들은 크게 동요하며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임금은 마침내 책상을 쾅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조타, 내 친히 눈으로 확인하겠다. 금군들과 대신들은 모두 과인을 따르라!"

    임금의 분노 가득한 어가가 중궁전으로 향하자, 길가에 서 있던 상궁들과 내관들은 불길한 기운에 몸을 떨며 바닥에 넙죽 엎드렸습니다. 중궁전 마당에 당도하자마자, 임금의 눈짓을 받은 군관들이 거칠게 중중문과 사랑방 문을 열어젖혔습니다. 쾅 하는 굉음과 함께 중궁전의 평화는 단숨에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중전은 화려한 국모의 예복을 흐트러짐 없이 단정하게 차려입고, 차분한 눈빛으로 문을 열고 들어오는 임금과 대신들을 바라보았습니다. 임금은 성큼성큼 방 안으로 걸어 들어와 중전의 앞에 분노 서린 눈으로 우뚝 섰습니다.

    "중전! 그대의 처소에 사흘 밤낮으로 불이 꺼지지 않고, 사사로이 사내의 피 묻은 옷을 기우며 울었다는 망측한 소문이 자자하다! 국모로서 어찌 이리 부정한 행실을 보인단 말이냐! 당장 숨겨둔 물건을 내놓아라!"

    중전은 눈빛 하나 흔들리지 않고 목소리를 가다듬어 대답했습니다.

    "전하, 신첩의 방에는 오직 전하를 향한 변치 않는 일편단심과 가문의 원통함이 있을 뿐, 그 어떤 부정함이나 역모의 흔적은 존재하지 않사옵니다. 다만, 세상을 떠난 오라비의 마지막 유품을 붙잡고 가문을 위해 눈물로 기도한 것은 사실이오니, 정히 의심스러우시다면 저기 간악한 영의정의 지시를 받고 문틈을 엿보던 박 상궁의 손가락을 따라 직접 찾아보시옵소서."

    중전의 시선이 임금의 뒤에 몸을 숨기고 있던 박 상궁을 서늘하게 쏘아보았습니다. 박 상궁은 움찔했으나, 김 대감의 독촉하는 눈짓을 받고는 침을 삼키며 앞으로 걸어 나왔습니다.

    "전하! 저기 중전마마의 침상 밑 깊은 곳에 낡은 놋쇠 상자가 숨겨져 있사옵니다! 그 상자 안에 피 묻은 사내의 저고리가 확실히 들어있사옵니다! 제가 이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하였사옵니다!"

    임금의 추상같은 명령이 떨어지자, 군관들이 침상 밑을 샅샅이 헤집어 마침내 자물쇠가 채워진 낡고 묵직한 놋쇠 상자 하나를 끌어냈습니다. 칼날로 자물쇠를 부수고 뚜껑을 거칠게 열어젖히자, 과연 박 상궁의 말대로 붉은 실로 촘촘하고 정교하게 기워진, 거무스름한 피 얼룩이 선명한 사내의 군관 저고리가 방 안 가득 매캐한 피비린내를 풍기며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김 대감은 기세를 올려 목청껏 소리쳤습니다.

    "이것 보시옵소서! 역적으로 몰려 처단당한 민 가문의 피 묻은 옷을 이리도 소중히 숨겨두고 밤새 기웠으니, 이는 명백히 조정을 저주하고 역적들의 넋을 기려 복수하려는 확실한 증거이옵니다! 전하, 당장 중전의 죄를 물어 폐위하시고 사약을 내리시어 나라의 법도를 바로잡으시옵소서!"

    대궐 마당 가득 간신들의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메아리쳤고, 임금은 떨리는 손으로 저고리를 내려다보며 무겁게 손을 뻗어 그것을 움켜쥐었습니다. 중전은 가만히 두 눈을 감은 채, 하늘이 내려준 마지막 기적이 일어날 진실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4: 밀실의 상소문과 분노

    중궁전 넓은 마당에 모인 백관들과 호위무사들의 시선이 일제히 임금의 손끝으로 쏠렸습니다. 임금이 놋쇠 상자 속에서 집어 올려 흔든 낡고 초라한 군관 저고리는, 화려하고 장엄하기 이를 데 없는 조선의 대궐 마당과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불길하고 처참한 이물질과 같았습니다. 굳어버린 피 얼룩은 오랜 세월이 흘러 거무스름하게 변색되어 있었고, 그 마른 상흔 위를 촘촘히 누벼 간 붉은 비단 실들은 마치 심장에서 방금 뿜어져 나온 뜨거운 핏줄처럼 처절하게 얽혀 있었습니다. 영의정 김 대감의 매서운 부추김을 받은 대신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마당 한가운데에 넙죽 엎드려 통곡과 힐난이 섞인 소리를 질러댔습니다.

    “전하! 대명천지에 국법이 이토록 엄연하거늘, 어찌 나라를 위태롭게 하려다 처단당한 역적의 피 묻은 유품을 국모의 침소에 이토록 은밀하고도 소중하게 감추어 둘 수 있단 말입니까! 이는 전하의 존엄한 안위를 위협하고 사사로이 조정을 저주하며 원망의 마음을 품은 무도하고 불경한 짓이오니, 당장 중전의 모든 직첩을 박탈하시고 의금부 지하 감옥으로 압송하여 모진 문초로 배후를 밝히소서!”

    김 대감의 목소리에는 이미 승리를 확신하는 자의 오만함과 조롱이 가득 묻어났습니다. 뒤에 서서 고개를 조아리고 있던 감찰 상궁 박 상궁 역시 자신의 탐욕스러운 공을 인정받아 조만간 내명부의 수장 격인 제조 상궁 자리에 오를 단꿈에 젖어, 얼굴 가득 뱀 같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전은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은 채, 그저 차갑고 깊은 눈빛으로 임금을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임금은 말없이 숨을 죽인 채 자신의 손끝에 닿은 저고리의 감촉을 거칠게 매만져보았습니다. 뻣뻣하게 굳은 군관의 거친 천 조각 사이로, 무언가 도톰하고 묵직한 이물질이 손가락 끝에 툭 걸려왔습니다. 단순한 천이나 솜덩어리가 아니었습니다. 단단하게 접힌 두꺼운 종이 뭉치 같은 것이 깃의 안쪽 깊숙한 곳에서 만져진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대체 무엇이냐? 중전, 이 안방의 비밀을 과인에게 고하라!”

    임금의 목소리가 폭풍 전야의 먹구름처럼 낮고 무겁게 가라앉자, 중전은 차분히 두 손을 모아 고개를 숙이며 마침내 입을 열었습니다.

    “전하, 그것은 신첩이 사흘 밤낮을 꼬박 새우며 손가락이 짓무르도록 눈물로 꿰맨 신첩의 오라비, 고 민 군관의 마지막 유품이옵니다. 제 오라비가 역모의 억울한 누명을 쓰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기 직전, 목숨보다 소중히 품고 있었던 이 나라의 마지막 양심과 진실이 바로 그 꿰매어진 옷깃 속에 은밀히 숨겨져 있사옵니다.”

    “양심이라니? 중전, 감히 과인의 면전에서 뻔뻔하게 횡설수설하며 지은 죄를 모면하려 드는 것이냐!”

    임금의 분노가 극에 달해 룡포 자락을 휘날리며 호통을 치자, 중전은 물러서지 않고 가늘고 고운 손가락을 뻗어 임금이 들고 있는 저고리의 오른쪽 깃을 단호하게 가리켰습니다.

    “의심스러우시다면 당장 그 옷깃 속을 칼로 찢어보시옵소서. 신첩이 손가락 끝을 깨물어 피로 쓴 혈서와 함께, 일 년 전 전하의 눈과 귀를 교묘히 가리고 신첩의 가문을 처참한 멸문지화로 몰아넣은 진짜 역적들의 이름과 음모가 적힌 비밀 상소문이 그 안에 영원히 봉인되어 있사옵니다.”

    중전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영의정 김 대감의 기름진 얼굴빛이 찰나의 순간 흙빛으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어 내리는 듯한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힌 김 대감은 서둘러 임금의 앞을 가로막으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습니다.

    “전하! 귀를 더럽히지 마시옵소서! 역적의 손에서 나온 글은 필시 전하와 조정의 신하들을 이간질하여 목숨을 구걸하려는 사악하고 간교한 주둥이 놀림에 불과하옵니다! 더럽고 부정한 물건이오니 당장 저 마당의 횃불 속에 던져 불태워 흔적을 없애버려야 하옵니다!”

    “물러서라! 과인의 눈이 멀고 귀가 먹었다 하여, 감히 내 면전에서 삿대질을 하며 명을 내리려 드는 것이냐!”

    임금은 김 대감을 거칠게 밀쳐내고, 허리춤에서 호신용 단도를 뽑아 들었습니다. 서늘한 쇳소리와 함께 단도 끝이 저고리의 어깨 깃을 사정없이 갈라내자, 붉은 실로 촘촘하게 꿰매어져 있던 깃 틈새에서 누렇게 바랜 종이 두 장이 스르륵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한 장은 기이하게도 붉은 피로 쓰인 중전의 서찰이었고, 또 다른 한 장은 조선 변방을 지키던 군관 수십 명이 목숨을 걸고 연명하여 올린 비밀 상소문이었습니다.

    종이가 댓돌 바닥에 떨어지자, 마침 불어온 한풍이 서찰의 가장자리를 가볍게 흔들었습니다. 임금은 그 서찰을 집어 들며 눈을 세차게 떨었습니다. 사흘 밤낮을 꼬박 새우며 한 땀 한 땀 붉은 실로 저고리를 기우던 중전의 눈물겨운 밤의 흔적이, 서찰 가득 번져 나간 피 얼룩으로 고스란히 증명되고 있었습니다. 임금의 충혈된 눈이 서찰에 적힌 첫 줄을 무겁게 읽어 내려가는 순간, 드넓은 중궁전 마당에는 차가운 서리보다 더 서늘하고 무서운 침묵이 팽팽하게 휘몰아치기 시작했습니다.

    ※ 5: 뒤바뀐 칼날과 진실의 폭로

    누렇게 바랜 비밀 상소문과 붉은 혈서에 적힌 한 자 한 자는, 글씨가 아니라 뼈를 깎아내며 새겨진 처절한 진실의 절규였습니다. 임금의 동공은 폭풍 속의 촛불처럼 사정없이 흔들렸습니다. 그것은 일 년 전, 국경을 무단으로 침범한 여진족의 대군을 목숨 바쳐 물리치고 돌아오던 길에 돌연 역모의 누명을 쓰고 체포되었던 영웅, 민 군관의 마지막 목숨을 건 고발이었습니다.

    ‘전하, 조정을 장악하고 사리사욕에 눈이 먼 영의정 김 대감과 그의 사주를 받은 가담자들은 변방의 수고하는 군사들에게 돌아가야 할 수만 석의 군량미를 조직적으로 빼돌려 자신들의 사가를 가득 채웠사옵니다. 이를 알아챈 소신이 장계를 올려 전하께 고하려 하자, 저들은 도리어 소신에게 천인공노할 역모의 누명을 씌워 가문을 통째로 멸하려 음모를 꾸몄사옵니다. 신의 목숨은 비록 저들의 간교한 칼날 아래 풍전등화와 같아 이 밤을 넘기지 못할 것이오나, 부디 전하께서는 이 낡은 옷 속에 숨긴 진짜 밀약 장부를 보시고 나라의 고혈을 빠는 큰 도둑들을 단칼에 소탕하시어 백성들을 구하소서.’

    그 아래에는 영의정 김 대감이 국경 수비대의 부패한 장수들과 은밀히 은화를 주고받은 내통의 친필 서명과, 백성들로부터 강탈한 수만 냥의 은화와 구휼미를 숨겨둔 지하 비밀 창고의 보관 장소까지 날짜별로 낱낱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사태가 일순간에 손바닥 뒤집히듯 뒤바뀌자, 마당에 가득 모여 호통을 치던 대신들은 사시나무 떨듯 무릎을 덜덜 떨며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습니다.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린 김 대감은 털썩 자리에 주저앉았다가, 이내 이마가 깨져 피가 흘러내릴 정도로 차가운 돌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엉엉 울부짖었습니다.

    “전하! 모함이옵니다! 신은 평생 전하와 사직을 위해 충성을 다했을 뿐이옵니다! 이는 폐위의 위기에 몰린 간사한 중전이 전하를 이간질하고 신을 억울하게 음해하려 가짜 서찰을 꾸며낸 극악무도한 사기극이옵니다! 부디 저 가증스러운 여인의 주둥아리에 속지 마시옵소서!”

    그러나 중전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흐트러짐 없는 단아하고 위엄 있는 몸짓으로 댓돌 앞으로 걸어 나왔습니다. 그리고는 바닥에 납작 엎드린 김 대감을 매섭고 차가운 눈빛으로 내리누르며 맑고 큰 목소리로 꾸짖었습니다.

    “김 대감, 아직도 하늘이 두렵지 않아 그 더러운 입으로 진실을 가리려 드는가. 그대들이 나라의 곳간을 털어 사사로이 가로챈 수만 석의 군량미와 불법 은화들을 보관해 둔 곳간이, 백성들의 피눈물로 세워진 동대문 밖 대감의 은밀한 약초 창고 지하 밀실임을 내가 모를 줄 알았더냐. 전하, 지금 당장 그곳으로 정예 금군을 보내시어 창고 바닥을 파헤치시면, 저들이 백성들의 고혈을 짜내어 숨겨둔 가공할 역모의 자금과 뇌물 장부들이 물밀듯 쏟아져 나올 것이옵니다.”

    임금은 떨리는 두 손으로 찢어진 저고리를 품에 꼭 안았습니다. 일 년 전, 자신이 그토록 신뢰하고 아꼈던 충직한 신하 민 군관을, 간신들의 간교한 세 혀에 속아 제 손으로 참혹한 사지로 밀어 넣었다는 뼈아픈 후회와 참담한 진실이 마침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었습니다. 임금은 분노로 가슴이 터질 듯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온몸을 부르르 떨었습니다.

    “과인이... 참으로 과인의 눈과 귀가 멀어, 나라를 구할 충신을 역적으로 만들어 죽이고, 사직을 지키려던 일국의 국모를 차가운 독수공방의 감옥에 가두었구나! 금군 대장은 과인의 지엄한 명령을 들으라!”

    “예, 전하! 명을 내리소서!”

    “당장 저기 엎드린 대역죄인 영의정 김 대감과 그의 사주를 받아 조정을 더럽힌 가담자들의 목을 쇠사슬로 묶어 체포하라! 또한 저들의 사가를 군사들로 철저히 수색하여 백성들의 피눈물이 든 은화를 한 푼도 남김없이 몰수하고, 조금이라도 저항하거나 진실을 은폐하려는 자는 그 자리에서 가차 없이 참형에 처하라!”

    임금의 벼락같은 고함이 떨어지기 무섭게, 중궁전 마당을 포위하고 있던 무시무시한 금군들이 일제히 칼을 뽑아 들고 김 대감과 비리 대신들을 덮쳤습니다. 서슬 퍼런 칼날의 번뜩임과 함께 대궐 마당은 비명과 울음바다로 변했고, 뒤에 서서 덜덜 떨고 있던 감찰 상궁 박 상궁 역시 머리채를 잡힌 채 바닥에 사정없이 팽개쳐졌습니다. 중전은 끌려가는 간신들의 비참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깊고도 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사흘 밤낮을 꺼지지 않는 등불 아래서, 손가락이 피투성이가 되도록 바늘을 움직였던 처절하고 외로웠던 국모의 결단이 마침내 조선의 하늘에 거대한 정의의 피바람을 불러오고 있었던 것입니다.

    ※ 6: 룡포를 적신 용서와 보은

    피비린내 나는 폭풍이 한차례 휩쓸고 지나간 중궁전 마당에는, 마침내 참되고 따뜻한 적막과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간신들과 군사들이 모두 처참하게 끌려가고 사위가 고요해지자, 임금은 붉은 얼룩으로 젖어 있는 낡은 저고리를 가슴속 깊이 꼭 끌어안은 채 털썩 주저앉아 무릎을 꿇었습니다. 일국의 지엄한 군주로서 만백성 앞에서는 단 한 번도 보이지 않았던 뜨거운 눈물이, 임금의 거친 볼을 타고 비 오듯 흘러내려 룡포 앞자락에 수놓인 눈부신 황금색 용 문양을 축축하게 적셔갔습니다.

    “중전... 과인이 참으로 미안하오. 내 어리석고 아둔하여 저 간신들의 달콤한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 그대와 그대의 고결한 가문에 이토록 씻을 수 없는 참혹한 대죄를 짓고 말았구려. 내 어찌 지엄한 국모인 그대의 얼굴을 마주 보며 감히 용서를 구할 수 있겠소. 참으로 통탄스럽고 미안하오.”

    임금은 솟구쳐 오르는 회한과 부끄러움에 차마 중전의 맑은 얼굴을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어린아이처럼 흐느껴 울었습니다. 하지만 중전은 소리 없이 다가와 임금의 앞에 한쪽 무릎을 가만히 꿇고 앉았습니다. 그리고는 사흘 밤낮의 바느질로 거칠어지고 피가 굳어 흉터가 남은 자신의 손가락끝을 뻗어, 임금의 젖은 눈가를 따뜻하고 부드럽게 닦아주었습니다.

    “전하, 고개를 드시옵소서. 신첩은 전하를 단 한 순간도 원망하거나 미워하지 않았사옵니다. 비록 제 오라비와 무고한 가문은 차가운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 흙이 되었으나, 전하께서 이리 늦게나마 진실을 밝혀주시고 나라를 갉아먹던 좀도둑들을 소탕해 주셨으니 저승에 있는 오라비의 넋도 기쁜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을 것이옵니다. 이제 지난 아픔과 원망은 저 붉은 비단 실에 단단히 묶어 땅속 깊이 묻어두시고, 오직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위한 참되고 따뜻한 정치를 펼쳐주소서.”

    중전의 바다보다 넓고 깊은 자비로운 한마디에 임금은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깊은 감동을 느끼며, 중전을 품속 가득 꼭 껴안고 목놓아 울었습니다. 차가운 중궁전 마당 위로 떨어지는 두 사람의 눈물방울들이, 낡은 저고리에 묻어 있던 오래되고 어두운 피 얼룩을 하얗게 씻어내어 지워가는 듯했습니다.

    그 위대한 밤의 소동이 있은 후, 임금은 간신들의 창고에서 몰수한 수만 석의 구휼미와 은화들을 전국의 굶주린 백성들에게 아낌없이 베풀어 굶주림을 극복하게 도왔습니다. 억울하게 몰락의 길을 걸었던 중전의 민 씨 가문은 대대적인 관직 복권과 함께 나라의 구국 공신 가문으로 화려하게 부활하였고, 백성들은 나라를 지키고 살려낸 현명하고 자비로운 중전마마의 큰 지혜를 기리는 감사의 노래를 도성 방방곡곡에 지어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중궁전의 은밀한 등불은 더 이상 외로움과 서글픈 한숨으로 켜지지 않았습니다. 밤마다 중전의 따뜻한 침소에는 임금의 발길과 다정한 대화 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두 사람은 마침내 대를 이을 늠름한 원자와 대군들을 낳아 왕실의 뿌리를 단단하게 키워나갔습니다. 사흘 밤낮을 피눈물로 꼬박 새우며 완성했던 그 피 묻은 군관 저고리는 조선 왕실 최고의 보물고 깊은 곳에 엄격하게 보관되어, 훗날 옥좌에 오를 후대의 왕들에게 간신들의 세 혀를 경계하고 곁에 있는 정실을 아끼며 백성을 보살피라는 살아있는 지엄한 훈계이자 보물로 영원토록 전해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한양 도성의 어두운 장막이 걷히고, 대궐 위로 눈부시고 상서로운 태평성대의 햇살이 가득히 쏟아져 내리고 있었습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245자)

    오늘 준비한 야담광장의 이야기, 재미있게 들으셨습니까? 권력의 어둠 속에서도 끝내 꺾이지 않았던 중전의 굳건한 정조와 지혜가, 사흘 밤낮의 바느질을 통해 마침내 가문의 원한을 풀고 나라의 기강을 바로잡는 기적을 만들어냈습니다. 물질적인 욕망과 눈앞의 이익을 좇던 간신들이 처참한 대가를 치르는 모습을 보며 참된 사필귀정의 의미를 다시금 새기게 됩니다. 여러분의 삶에도 억울함이 풀리고 정의가 승리하는 가슴 따뜻한 해피엔딩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은 다음 이야기를 만드는 데 큰 힘이 됩니다.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