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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좀 빌려달라는 말 한마디로 30년 형제애가 끝났다… 병상에서 형이 남긴 마지막 고백
태그 (1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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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400자)
"형님, 급한 일이 생겨서 그러는데... 돈 좀 빌려주실 수 있을까요?"
그 한마디 이후, 30년 우애 좋던 형제의 연락이 끊겼습니다. 동생은 형이 야박하다고 생각했고, 형은 동생이 뻔뻔하다고 여겼습니다.
진짜 문제는 돈이 아니었습니다. 쌓이고 쌓인 오해와 서운함이 '돈'이라는 칼날로 터져 나온 것이었지요.
어머니 장례식에도, 명절에도 얼굴 한 번 마주치지 않던 형제. 그런데 5년 후, 형이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은 동생이 달려갑니다.
병상에서 형이 동생에게 꺼낸 첫 마디는 무엇이었을까요? 그리고 형의 서랍장에서 발견된 낡은 통장의 정체는?
돈 때문에 멀어진 가족, 하지만 진짜 소중한 건 돈이 아니었다는 걸 깨닫는 순간...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버렸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가족보다 소중한 게 정말 있을까요?"
디스크립션 (300자)
30년 우애 좋던 형제가 돈 문제로 5년간 연락을 끊고 지냈습니다. 동생의 대출 부탁을 거절한 형, 그리고 그 후 쌓인 오해와 서운함. 하지만 형이 암 진단을 받고 쓰러지자, 동생은 모든 걸 제쳐두고 달려갑니다. 병상에서 나눈 형제의 진솔한 대화, 그리고 형이 평생 감춰온 비밀이 드러나면서 두 사람은 비로소 진짜 마음을 나눕니다. 돈보다 소중한 가족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감동 실화.
※ 동생의 전화, 그리고 거절
자, 이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한 5년 전 일입니다. 서울 변두리에 사시는 김성철 씨, 예순한 살 되신 분 이야기예요. 이 양반은 평생 성실하게 회사 다니면서, 자식 둘 대학 보내고, 작은 아파트 하나 장만해서 그럭저럭 살아오셨던 분이지요. 뭐 부자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난하지도 않은, 그냥 평범한 우리네 이웃 같은 분입니다.
그런데 말이에요, 이 양반한테는 동생이 하나 있었어요. 두 살 아래 동생 김성수 씨. 어릴 적부터 형제가 참 우애가 좋았답니다. 형은 동생 과외비 대주려고 아르바이트를 했고, 동생은 형이 군대 갈 때 면회를 한 달에 두 번씩 갔을 정도였으니까요. 서로 의지하고 살았던 거지요. 부모님도 "우리 아들들은 평생 저렇게 사이좋게 살 거야" 하시며 자랑하셨대요.
세월이 흘러서 둘 다 결혼하고, 각자 가정을 꾸렸지만, 여전히 명절 때마다 만나고, 전화도 자주 하고, 그렇게 지냈습니다. 형제가 뭐 특별한 거 있습니까? 그냥 서로 안부 물어보고, "요즘 어떻게 지내?" 하면서 살던 거지요.
그런데 그날이 문제였어요. 2019년 가을, 선선한 바람 불던 어느 저녁이었답니다. 성철 씨가 퇴근해서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렸어요. 동생 성수한테서 온 전화였습니다. "어, 성수야. 왜?" 하고 받았는데, 동생 목소리가 좀 이상했대요. 평소랑 다르게 좀 떨리는 것 같고, 뭔가 불안해 보이더랍니다.
"형님... 지금 통화 괜찮아요?" 동생이 조심스럽게 물었어요. "그래, 괜찮아. 무슨 일인데?" 성철 씨가 대답했지요. 그랬더니 동생이 한참을 뜸을 들이더니 말을 꺼냈답니다. "형님, 저... 사실은 할 말이 있어서 전화했어요. 급한 일이 생겨서 그러는데..."
아, 그 순간 성철 씨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답니다. 뭔가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던 거예요. 동생이 이렇게 말을 돌리는 건 처음이었거든요. 평소엔 시원시원하게 말하는 동생인데, 이상하다 싶었던 거지요.
"형님, 저... 돈 좀 빌려주실 수 있을까요?" 동생이 결국 본론을 꺼냈어요. "3천만 원만요. 제가 사업을 하나 시작했는데, 그게 좀 어려워져서... 급하게 돈이 필요하거든요. 6개월만 빌려주시면, 이자 붙여서 꼭 갚을게요. 형님 말고는 부탁할 데가 없어요."
성철 씨는 순간 말문이 막혔답니다. 3천만 원이라... 그건 작은 돈이 아니었거든요. 성철 씨도 자식들 대학 등록금 대고, 집 대출금 갚고, 노후 준비한답시고 조금씩 모아둔 돈이 있긴 했지만, 3천만 원은 큰돈이었어요. 게다가 동생이 사업한다는 소리는 처음 듣는 얘기였습니다.
"성수야, 너 언제부터 사업을 했어? 나한테 한마디도 안 했잖아." 성철 씨가 물었어요. "그게... 형님한테 걱정 끼치기 싫어서 말 안 했어요. 친구랑 같이 작은 가게를 시작했는데, 요즘 경기가 안 좋아서 자금이 좀 부족하거든요. 형님, 제발 좀 도와주세요. 저 진짜 급해요."
성철 씨는 한참을 고민했답니다. 동생이야 물론 소중하지요. 평생 함께 자란 형제인데. 하지만 3천만 원이란 돈은... 성철 씨 입장에서도 만만치 않은 금액이었어요. 게다가 사업이란 게 원래 불확실한 거 아닙니까? 잘될지 안 될지 알 수 없는 거고, 만약 안 되면 그 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성철 씨는 결국 이렇게 대답했답니다. "성수야, 미안한데... 형도 사정이 있어. 지금 당장 3천만 원을 빌려주기는 어려울 것 같아. 다른 방법을 찾아봐." 전화기 너머로 동생의 숨소리가 들렸어요. 길고 무거운 침묵이 흘렀지요. 그리고 동생이 말했답니다. "...알겠어요, 형님. 괜히 부탁드렸네요." 그리고 뚝 전화를 끊었습니다.
성철 씨는 그날 밤 잠을 잘 수가 없었답니다. 동생 목소리가 자꾸 귓가에 맴돌았어요. 정말 급한가 보다... 근데 내가 도와주지 못했네... 그런 생각이 계속 들었지요. 하지만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들었답니다. '사업한다고 형한테 한마디 상의도 안 하고, 어려울 때만 돈 빌려달라고 하다니... 좀 섭섭하네.'
※ 끊어진 연락, 쌓이는 오해
그날 이후로 말이에요, 동생한테서 연락이 뚝 끊겼답니다. 성철 씨가 먼저 전화를 걸어봤어요. 한 일주일쯤 지나서였나? "성수야, 나야. 요즘 어떻게 지내?" 하고 물었더니, 동생이 대답은 하는데 목소리가 차갑더래요. "네, 잘 지내요." 딱 그 한마디만 하고는 "형님, 저 바빠서요. 먼저 끊을게요." 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답니다.
성철 씨는 좀 당황했지요. 동생이 원래 이런 애가 아닌데... 하지만 뭐, 바쁘다니까 그러려니 했어요. 며칠 더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하고 생각했던 겁니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도 동생한테서 연락이 없었어요. 성철 씨가 또 전화를 걸었지만, 동생은 "네", "예" 이런 짧은 대답만 하고 금방 끊더랍니다.
추석이 다가왔어요. 원래 성철 씨네 형제는 명절 때마다 어머니 댁에서 모이곤 했거든요. 어머니가 여든다섯 되셨는데, 아직 건강하게 혼자 사시면서 "명절은 우리 집에서 다 같이 보내야지" 하고 고집하셨던 거예요. 그래서 해마다 형제가 가족 데리고 어머니 댁에 모였었지요.
그런데 그해 추석에 동생네 가족이 안 왔어요. 성철 씨가 어머니한테 물었지요. "어머니, 성수 연락 왔어요?" 어머니가 고개를 저으시며 말씀하셨답니다. "아침에 전화가 왔는데, 급한 일이 생겨서 못 온다고 하더구나. 얼굴 좀 보고 싶었는데..." 어머니 목소리에 서운함이 묻어났어요.
성철 씨는 그제야 심각하다는 걸 느꼈답니다. 아, 동생이 진짜 화가 났구나. 돈 빌려주지 않은 게 그렇게 섭섭했나 보다. 하지만 성철 씨도 서운했어요. '나도 사정이 있어서 못 빌려준 건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형제끼리 돈 때문에 사이가 멀어지다니...' 그런 생각이 들었던 거지요.
설날이 됐습니다. 또 명절이 돌아온 거예요. 이번에도 동생은 안 왔어요. 역시 전화로 "못 갈 것 같아요" 하고 말했답니다. 어머니는 이번엔 좀 화가 나신 것 같았어요. "성수 그놈이 요즘 왜 이러는 거야? 무슨 일 있는 거 아니냐?" 하고 성철 씨한테 물으셨지요.
성철 씨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답니다. 어머니한테 '동생이 저한테 돈 빌려달라고 했는데 제가 거절했거든요' 이렇게 말할 수도 없고... 그냥 "바쁜가 봐요, 어머니. 걱정 마세요" 하고 얼버무렸지요. 하지만 어머니는 눈치가 빠르신 분이에요. "너희 둘 사이에 무슨 일 있는 거지? 형제가 왜 이렇게 안 만나?" 하고 추궁하셨답니다.
그날 이후로 1년이 흘렀어요. 그 사이에 성철 씨가 동생한테 몇 번 연락을 시도했지만, 동생은 계속 피했어요. 전화를 받아도 "네, 예" 하고 짧게 대답만 하고, 만나자고 하면 "바빠서요" 하고 거절했답니다. 성철 씨도 점점 지쳤어요.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이러는 건가. 돈을 빌려주지 못한 게 그렇게 큰 죄냐?' 그런 생각이 들면서, 성철 씨도 동생한테 연락하는 걸 멈췄답니다.
2년이 지났어요. 그 사이에 어머니가 편찮으셨어요. 감기가 폐렴으로 번져서 병원에 입원하셨던 거예요. 성철 씨가 동생한테 문자를 보냈습니다. "어머니 입원하셨어. 병원 와봐." 동생이 답장을 보냈어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병원에 왔는데, 성철 씨랑 눈도 안 마주치고, 어머니만 뵙고 가더랍니다.
어머니가 되물으셨대요. "성수야, 형이랑 인사도 안 하고 가니?" 동생이 대답했답니다. "예, 어머니. 저 바빠서요. 다음에 또 올게요." 그리고 휙 가버렸지요. 어머니가 성철 씨를 보시며 한숨을 쉬셨답니다. "성철아, 너희 둘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거냐? 어머니한테 말해봐라."
성철 씨는 그제야 어머니한테 사실대로 말씀드렸어요. 동생이 돈을 빌려달라고 했는데 못 빌려줬다고, 그 이후로 동생이 연락을 끊었다고. 어머니는 한참을 말없이 계시다가 이렇게 말씀하셨답니다. "돈... 참 무서운 게 돈이구나. 형제를 갈라놓는구나..."
그리고 3년째 되던 해였어요.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노환이었어요. 팔순을 넘기셨으니 천수를 누리신 거지요. 장례식장에 동생이 왔어요. 검은 상복을 입고, 조문객들 사이에 서 있더랍니다. 성철 씨가 다가가서 "성수야..." 하고 불렀는데, 동생은 고개만 살짝 숙이고는 아무 말도 안 했어요.
3일장을 치르는 동안, 형제는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답니다.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남이나 다름없었지요. 조문객들이 "형제분들이시죠? 많이 슬프시겠어요" 하고 위로했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었어요.
장례를 마치고, 어머니 유품을 정리하는 날이었어요. 성철 씨와 동생이 어쩔 수 없이 같은 방에 있게 됐지요. 어색한 침묵이 흘렀습니다. 성철 씨가 먼저 입을 열었어요. "성수야, 우리 이렇게 살면 안 되지 않겠니?" 동생이 고개를 들어 형을 봤어요. 그 눈빛에는 서운함과 원망이 가득했답니다. "형님이 그렇게 만드셨잖아요." 그 한마디를 남기고, 동생은 방을 나가버렸습니다.
※ 5년 전 그날의 진실
자, 그런데 말이에요. 여러분, 이 이야기에는 사실 뒷사정이 있었답니다. 성철 씨가 몰랐던, 그날 동생 성수가 처했던 진짜 상황 말이에요. 5년이 지난 후에야 밝혀지는 이 진실을 지금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그날, 2019년 가을, 동생 성수가 형한테 전화를 걸기 전에 있었던 일들이 있어요. 성수는 사실 그 전날부터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답니다. 형한테 전화를 걸까 말까, 밤새 뒤척였다고 해요. 왜냐면 성수도 알고 있었거든요. 형이 그리 여유롭지 않다는 걸, 자식들 대학 보내느라 힘들어한다는 걸 말이지요.
성수가 시작한 사업이란 게 뭐였냐면요, 친구랑 함께 작은 분식집을 연 거였어요. 서울 외곽에 말이지요. 성수는 원래 회사를 다녔는데, 구조조정으로 명예퇴직을 당했거든요. 쉰여덟 나이에 갑자기 직장을 잃은 거예요. 재취업은 어렵고, 퇴직금으로 뭘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친구의 권유로 작은 장사를 시작한 겁니다.
처음 6개월은 그럭저럭 장사가 됐어요. 손님들도 제법 오고, 하루 매출도 나쁘지 않았답니다. "아, 이 정도면 먹고는 살겠구나" 하고 안심했었지요.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요. 근처에 대형 프랜차이즈 분식점이 들어온 거예요. 그것도 바로 옆 건물에다가 말이지요.
손님들이 확 줄어들었답니다. 대형 프랜차이즈는 할인 행사에, 적립 포인트에, 온갖 이벤트를 하니까 손님들이 다 그리로 가버린 거예요. 성수네 가게는 하루 매출이 반토막이 났어요. 월세도 못 낼 지경이 됐지요.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함께 장사하던 친구가 건강을 이유로 손을 떼겠다고 한 거예요. "미안해, 성수야. 나 허리가 너무 아파서 더는 못 하겠어. 내가 투자한 돈만 돌려줘." 친구는 초기 투자금 3천만 원을 빼가겠다고 했답니다. 원래 성수랑 반반씩 투자해서 시작한 거였거든요.
성수는 막막했어요. 손님은 안 오는데, 친구한테 3천만 원은 갚아야 하는데, 은행 대출도 이미 받을 만큼 받았고... 그래서 마지막으로 형한테 부탁하기로 결심한 거였답니다. 평생 형한테 부탁 한 번 안 하고 살았는데, 처음으로 손을 벌린 거지요.
전화하기 전에 성수는 아내한테 말했어요. "여보, 내가 형한테 전화 한 번 해볼게." 아내가 반대했답니다. "여보, 형님도 사정이 어려우실 텐데... 괜히 부담 드리지 말아요." 하지만 성수는 "형이라도 안 믿으면 누굴 믿겠어. 우리 형제 아니냐" 하며 전화를 걸었던 거예요.
그런데 형이 거절했지요. 성수는 그 순간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답니다. 형까지 나를 외면하는구나... 이제 정말 갈 곳이 없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던 거예요. 전화를 끊고 나서, 성수는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답니다. 아내가 걱정스럽게 물었어요. "여보, 형님이 뭐라고 하셨어요?"
"안 된대." 성수가 짧게 대답했어요. 아내는 남편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답니다. "여보, 형님도 형님 사정이 있으실 거예요. 우리 다른 방법을 찾아봐요." 하지만 성수는 고개를 저었어요. "다른 방법이 어디 있어... 이제 끝이야..."
그날 밤 성수는 소주를 마셨답니다. 혼자 집 앞 포장마차에 앉아서 말이지요. 한 병, 두 병, 세 병... 취하도록 마셨어요. 술에 취하면서 생각했답니다. '형은 날 동생으로 안 보는구나. 어렸을 때 그렇게 날 아꼈으면서, 막상 내가 어려울 땐 외면하는구나. 형제가 뭐냐, 결국 남이지 뭐...'
억울하고 서러웠어요. 평생 형한테 기대 본 적 없이 살았는데, 딱 한 번 손 벌렸더니 차갑게 거절당하니까 말이에요. 성수는 술김에 결심했답니다. '좋아, 이제 형한테 연락 안 할 거야. 형도 날 필요 없어 하는데, 내가 왜 형을 찾아가겠어. 형제 인연 여기서 끝내자.'
다음 날, 성수는 친구한테 솔직하게 말했어요. "미안해, 나 지금 돈이 없어. 3개월만 기다려줘." 친구는 화를 냈지만, 결국 기다려주기로 했답니다. 성수는 악착같이 일했어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가게를 지켰고, 전단지도 직접 돌리고, 할인 행사도 하면서 손님을 끌어모았지요.
3개월 후, 성수는 친구한테 돈을 갚았어요. 카드 대출을 받고, 보험을 해약하고, 아내의 적금까지 깨서 간신히 마련한 돈이었답니다. 친구는 돈을 받고 가면서 말했어요. "고생했어, 성수야. 미안하다." 성수는 웃으며 "아니야, 괜찮아" 했지만, 속으로는 무너지고 있었어요.
그 후로 성수는 더 열심히 일했답니다. 가게를 키워야겠다는 생각에, 메뉴도 새로 개발하고, 배달 서비스도 시작했어요. 그러다 보니 정말 바빴던 거예요. 명절에도 가게 문을 열었고, 어머니 댁에 갈 시간조차 없었답니다. 아니, 사실은 시간이 없다기보다는... 형을 마주치기 싫었던 거예요.
'형을 보면 뭐라고 말해야 하나. 돈 빌려달라고 했던 그 창피한 기억이 떠오를 텐데...' 성수는 그런 생각에 형을 피했던 겁니다. 어머니한테는 미안했지만, 그래도 형과 얼굴을 맞대는 것보다는 나았어요. 그렇게 5년이 흘렀답니다. 성수는 형한테 원망을 품고 살았고, 형 성철은 동생이 돈 때문에 형제 인연을 끊었다고 생각하며 서운해했던 거지요.
※ 형의 암 진단 소식
그렇게 세월이 흘러서 2024년 봄이 됐습니다. 성수가 가게에서 장사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어요. 모르는 번호였어요. "여보세요?" 하고 받았더니, 젊은 여자 목소리가 들렸답니다. "삼촌이세요? 저 민지예요."
민지라... 성수는 잠깐 생각했어요. 아, 조카 민지! 형님 딸이지. 그런데 민지가 왜 전화를 했을까? 성수는 불안한 마음에 물었어요. "어, 민지야. 무슨 일이야?" 민지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답니다. "삼촌... 아버지가...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셨어요."
"뭐? 형님이? 무슨 일인데?" 성수가 깜짝 놀라서 물었지요. 민지가 울먹이며 대답했어요. "아버지가... 암 진단을 받으셨어요. 위암이래요. 그것도 3기래요. 수술해야 한대요, 삼촌..." 성수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답니다. 형님이... 암이라고?
"지금 어느 병원이야?" 성수가 다급하게 물었어요. 민지가 병원 이름과 병실 번호를 알려줬답니다. 성수는 전화를 끊자마자 가게 문을 닫았어요. 아내한테 전화해서 "형님이 암이래. 병원 가봐야겠어" 하고 급하게 말했지요.
병원까지 가는 길이 참 멀게만 느껴졌답니다. 택시를 탔는데, 차가 안 가는 것 같더래요. 성수는 택시 안에서 온갖 생각이 다 들었어요. '형님이 암이라니... 그것도 3기라니... 5년 동안 나는 뭘 한 거지? 형님이 아프신데도 모르고, 연락 한 번 안 하고...'
후회가 밀려왔답니다. 5년 전 그 일이 뭐 그리 큰일이었나. 돈 때문에 형제가 이렇게 멀어져야 했나. 내가 너무 삐뚤어진 거 아니었나. 그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어요. 성수는 눈물이 났답니다. 택시 기사님이 백미러로 보고 물었어요. "손님, 괜찮으세요?"
"네, 괜찮습니다..." 성수는 눈물을 닦으며 대답했지요. 하지만 괜찮지 않았어요.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답니다. '형님... 제발 괜찮으셔야 하는데... 내가 미안하다고, 내가 잘못했다고 말씀드려야 하는데...'
병원에 도착했어요. 성수는 뛰다시피 병실로 갔답니다. 복도를 지나고, 계단을 올라가고, 숨이 차도록 뛰었어요. 병실 문 앞에 섰을 때, 성수는 잠깐 망설였답니다. 손이 떨렸어요. 문고리를 잡았는데, 손에 힘이 안 들어가더래요.
'5년 만에 형님을 보는구나... 형님은 날 어떻게 생각하실까... 아직도 화나 계실까...' 온갖 생각이 들었지만, 성수는 용기를 내서 문을 열었답니다. 병실 안에는 형 성철이 침대에 누워 계셨어요. 얼굴이 많이 야위셨더래요. 5년 사이에 나이도 많이 드신 것 같고, 머리도 하얗게 세셨고...
형 옆에는 형수님이 앉아 계셨고, 조카 민지도 서 있었어요. 성수가 들어서자, 세 사람이 다 성수를 쳐다봤답니다. 성수는 멈칫했어요. 뭐라고 말해야 할까... 그때 형 성철이 먼저 입을 열었답니다.
"성수야... 왔구나..." 형의 목소리는 약하고 떨렸어요. 성수는 그 자리에서 무릎이 꺾였답니다. 형님 침대 옆으로 걸어가서, 그냥 주저앉아 버린 거예요. "형님... 죄송합니다... 형님..." 성수는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만 흘렸어요.
형 성철도 눈시울이 붉어졌답니다. "아니다... 내가... 미안하다..." 형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지요. 두 형제는 5년 만에 처음으로 서로를 마주 봤습니다. 그 5년 동안 쌓였던 오해와 서운함이, 순간 눈 녹듯이 사라지는 것 같았어요.
형수님이 조용히 일어나서 민지를 데리고 병실을 나갔답니다. "우리는 잠깐 밖에 있을게요. 형제끼리 이야기 좀 하세요." 배려해 준 거지요. 문이 닫히고, 병실엔 형제 둘만 남았습니다.
성수가 먼저 말했어요. "형님, 제가... 5년 동안 정말 잘못 생각했어요. 형님을 원망하고 살았는데... 형님도 형님 사정이 있으셨을 텐데... 제가 철없이 굴었어요." 형 성철이 고개를 저었답니다. "아니야, 내가... 내가 동생 힘든 거 알면서도 못 도와줬잖아. 나도 미안했어, 성수야."
"형님... 괜찮으세요? 수술은 언제 하신대요?" 성수가 걱정스럽게 물었어요. 형이 대답했답니다. "다음 주에 한대. 의사 선생님이 수술 잘 되면 희망 있다고 하시더라. 걱정하지 마." 하지만 형의 얼굴에는 불안함이 역력했어요.
성수는 형의 손을 잡았답니다. "형님, 저 이제 옆에 있을게요. 수술도 제가 옆에서 지켜볼게요. 그동안 못다 한 동생 노릇, 이제부터라도 할게요." 형이 성수의 손을 꽉 쥐었어요. "고맙다, 성수야... 동생아..."
두 사람은 한참을 말없이 앉아 있었답니다. 5년 동안 나누지 못한 이야기들이 가슴속에 있었지만, 지금은 그냥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어요. 형제가 다시 만난 거니까요. 돈 때문에 멀어졌던 두 사람이, 병 때문에 다시 가까워진 겁니다. 참 아이러니하지요? 인생이란 게 원래 그런가 봅니다.
※ 병상에서의 재회
그날 저녁이었어요. 성수는 병실을 나가지 않고 형 옆에 계속 있었답니다. 형수님이 "동서, 집에 가서 쉬세요. 제가 있을게요" 했지만, 성수는 고개를 저었어요. "아닙니다, 형수님. 제가 오늘은 여기 있을게요." 형수님도 더 이상 말리지 않으셨답니다.
밤이 깊어졌어요. 형 성철은 약 기운 때문인지 잠이 들었고, 성수는 병실 소파에 앉아서 형을 지켜봤답니다. 형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니까, 5년 사이에 정말 많이 늙으셨더래요. 주름도 깊어지고, 머리숱도 많이 빠지고... 성수는 가슴이 먹먹했어요.
'5년 동안 형님은 어떻게 지내셨을까... 힘든 일은 없으셨을까... 나는 한 번도 물어보지 않았는데...' 성수는 자책감이 들었답니다. 동생으로서 해야 할 도리를 하나도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지요.
새벽 3시쯤 됐을까요? 형 성철이 깼어요. 화장실에 가시려고 일어나시는데, 몸을 가누기 힘들어하시더래요. 성수가 얼른 달려가서 형을 부축했답니다. "형님, 제가 도와드릴게요." 형을 부축해서 화장실까지 모시고 갔다가, 다시 침대까지 모셨어요.
형이 다시 누우시면서 말씀하셨답니다. "성수야... 너 피곤할 텐데... 집에 가서 자거라..." 성수가 대답했어요. "괜찮아요, 형님. 저 안 피곤해요. 형님 옆에 있고 싶어요." 형이 성수를 보며 쓸쓸하게 웃으셨답니다. "5년 만에... 동생 목소리 듣고... 동생 얼굴 보니까... 좋구나..."
"형님..." 성수는 또 눈물이 났어요. "형님, 제가 정말 잘못했어요. 형님한테 돈 빌려달라고 하고, 안 빌려주신다고 삐져서... 5년 동안 연락도 안 하고... 정말 철없이 굴었어요." 성수는 형 앞에서 정식으로 사과를 했답니다.
형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어요. "아니야, 성수야. 나도... 나도 할 말이 있어." 형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답니다. "사실은 말이야... 그때 네가 돈 빌려달라고 했을 때... 나도 돈이 없었던 건 아니야..."
성수는 깜짝 놀랐어요. "네? 그럼... 형님... 돈이 있으셨는데..." 형이 고개를 끄덕였답니다. "응... 3천만 원 정도는 있었어. 그런데 말이야... 나는 네가 사업한다는 게 못마땅했던 거야. 왜 회사 다니다가 갑자기 장사를 시작했는지... 형한테 상의도 안 하고... 그게 섭섭했어."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형은 계속 말을 이었어요. "나는 네가 실패할까 봐 걱정됐어. 사업이라는 게 워낙 어려운 거잖아. 내가 돈을 빌려줬다가, 네가 그 돈까지 다 날리면 어쩌나... 그런 생각이 들었던 거야. 그래서 냉정하게 거절한 거지."
성수는 형의 말을 듣고 있었답니다. 형이 더 이야기했어요. "그런데 내가 생각해보니까... 내가 진짜 걱정한 건 네 사업이 아니었어. 나는... 내 돈이 아까웠던 거야. 노후 자금이라고 모아둔 돈이었거든. 그걸 네한테 빌려줬다가 못 받으면 어쩌나... 그런 계산을 했던 거지."
형은 자책하는 목소리로 말했답니다. "나는... 형으로서 실격이야. 동생이 어려울 때 도와주지 못하고, 내 돈만 생각했으니까. 미안하다, 성수야. 진심으로 미안해." 형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어요.
성수는 형의 손을 꽉 잡았답니다. "아니에요, 형님. 형님 잘못 아니에요. 저도 이해해요. 형님도 노후 준비하셔야 하는데... 제가 너무 당연하게 생각한 거예요. 돈 빌려달라고 하면 당연히 빌려주실 줄 알았어요. 그게 제 착각이었어요."
두 형제는 서로를 보며 울었답니다. 5년 동안 못다 한 이야기를, 못 풀었던 오해를 풀어내는 시간이었어요. 형이 말했지요. "성수야, 그런데 너... 그 후로 어떻게 됐어? 가게는 잘 되고 있어?"
성수가 대답했답니다. "네, 형님. 처음엔 정말 힘들었어요.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어요. 그런데 악착같이 버텼더니... 요즘은 손님들도 많이 오고, 그럭저럭 장사가 돼요. 직원도 한 명 뽑았어요." 형이 놀라며 물었어요. "정말? 잘됐구나! 나는... 네가 망한 줄 알았어..."
"처음 1년은 정말 힘들었어요. 매일 적자였거든요. 그런데 포기하지 않고 버텼더니, 단골손님들이 생기더라고요. 맛있다고 소문도 나고요. 지금은 빚도 다 갚았어요, 형님." 성수가 자랑스럽게 말했답니다.
형이 성수의 손을 쓰다듬으며 말했어요. "대단하다, 동생아. 형보다 낫다. 나는 평생 회사 다니기만 했는데, 너는 혼자 힘으로 사업을 일으킨 거잖아. 진짜 대단해." 형의 목소리에는 진심 어린 자부심이 담겨 있었답니다.
"형님, 근데 형님도 사업 해보실 생각 없으세요? 퇴직하시면..." 성수가 물었는데, 형이 씁쓸하게 웃었어요. "나는 이미 퇴직했어. 2년 전에." "네? 형님이?" 성수가 놀라서 물었답니다.
"응... 명예퇴직 당했지 뭐. 너처럼 말이야. 그 후로 재취업 알아봤는데 안 되더라. 요즘은 그냥 집에서 쉬고 있어." 형이 담담하게 말했어요. 성수는 충격을 받았답니다. 형님도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계셨구나... 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형님... 저 몰랐어요. 그때 형님도 힘드셨는데, 제가..." 성수는 다시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형이 손을 흔들며 말했답니다. "괜찮아. 다 지나간 일이야. 중요한 건 우리가 지금 이렇게 다시 만났다는 거지."
그날 밤, 형제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답니다. 5년 동안 각자 어떻게 살았는지,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힘들었던 순간들, 기쁨던 순간들...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그리고 서로에게 쌓였던 오해가 조금씩 풀렸습니다. 돈 때문에 멀어졌던 형제가, 이제는 마음으로 다시 가까워지고 있었어요.
※ 서랍장 속 비밀
일주일 후, 형 성철의 수술 날이 됐습니다. 성수는 매일 병원에 와서 형을 돌봤어요. 수술 전날 밤, 형이 성수를 불렀답니다. "성수야, 잠깐 이리 와봐." 성수가 침대 옆으로 갔지요. 형이 조용히 말했어요.
"내일 수술하는데... 솔직히 무섭다. 잘될지 안 될지 모르겠고..." 형의 목소리가 떨렸어요. 성수가 형의 손을 잡았답니다. "형님, 괜찮을 거예요. 의사 선생님도 잘될 거라고 하셨잖아요. 형님은 꼭 건강해지실 거예요."
형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어요. "그런데 만약... 만약에 말이야... 내가 수술에서 못 깨어나면..." "형님! 무슨 말씀을..." 성수가 말을 막으려 했지만, 형이 계속 말했답니다.
"아니야, 들어봐. 만약 내가 못 깨어나면, 우리 집 안방 옷장 서랍 제일 아래 칸에 통장이 하나 있어. 그 통장을 네가 가져. 알았지?" 성수는 어리둥절했어요. "형님, 무슨 통장이요?" 형이 쓸쓸하게 웃었답니다. "나중에 알게 될 거야. 그냥... 내 말 기억해 둬."
다음 날 수술이 시작됐어요. 6시간 동안 이어진 긴 수술이었답니다. 성수는 수술실 밖에서 형수님, 조카들과 함께 기다렸어요.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 시간이 너무 천천히 가더래요. 성수는 속으로 계속 기도했답니다. '제발... 형님 살려주세요... 제발...'
6시간 만에 수술실 문이 열렸어요. 의사 선생님이 나오셨습니다. "보호자분 계십니까?" 형수님과 성수가 얼른 다가갔지요.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어요. "수술 잘 끝났습니다. 다행히 암이 전이되지 않았고, 깨끗하게 제거했습니다. 회복 잘하시면 완치 가능할 겁니다."
"정말요? 선생님, 정말 괜찮은 거예요?" 형수님이 울먹이며 물었어요. "네, 걱정 마세요. 환자분 체력도 좋으시고, 잘 회복하실 겁니다." 의사 선생님의 말에, 성수와 형수님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울었답니다. 조카들도 눈물을 흘렸지요.
형이 회복실에서 병실로 돌아왔어요. 아직 마취가 덜 깬 상태였지만, 숨을 쉬고 계셨어요. 살아 계셨어요. 성수는 형의 손을 잡고 중얼거렸답니다. "형님... 고생하셨어요... 이제 괜찮을 거예요..."
일주일이 지나고, 형의 상태는 점점 좋아졌어요. 침대에 앉을 수 있게 됐고, 죽도 드실 수 있게 됐답니다. 성수는 매일 병원에 와서 형을 돌봤어요. 아침에는 형 세수시켜 드리고, 식사도 먹여드리고, 몸도 닦아드리고... 평생 못다 한 동생 노릇을 하는 거였지요.
어느 날, 형이 성수에게 말했어요. "성수야, 너 가게는 어떡하고 매일 여기 와? 장사 안 해도 돼?" 성수가 웃으며 대답했답니다. "형님, 직원한테 맡겨뒀어요. 지금은 형님이 더 중요해요." 형이 미안한 듯 말했어요. "동생 장사 망치게 하는 거 아니냐..." "아니에요, 형님. 괜찮아요."
2주가 지나고, 형은 퇴원할 수 있게 됐어요. 의사 선생님이 "이제 집에 가셔서 요양하시면 됩니다. 항암 치료는 한 달 후에 시작하겠습니다" 하고 말씀하셨답니다. 형은 집으로 돌아갔고, 성수는 형을 집까지 모셔다 드렸어요.
형이 집에 도착해서, 침대에 누우셨어요. 그리고 성수를 불러서 말했답니다. "성수야, 기억나니? 내가 수술 전에 한 말..." "네, 형님. 통장 이야기요?" 형이 고개를 끄덕였어요. "안방 옷장 서랍 제일 아래 칸에 있어. 가서 가져와 봐."
성수는 안방으로 갔어요. 옷장을 열고, 서랍 제일 아래 칸을 열었더니... 낡은 통장 하나가 있더랍니다. 성수는 통장을 들고 형한테 갔어요. "형님, 이거요?" 형이 고개를 끄덕였답니다. "그래, 그거야. 펴봐."
성수가 통장을 펴서 봤어요. 그런데... 예금주 이름이 '김성수'로 되어 있는 거예요! 성수는 깜짝 놀랐답니다. "형님, 이거... 제 이름으로 돼 있는데요?" 형이 조용히 말했어요. "응... 내가... 너 이름으로 만든 거야..."
"잔액을 보렴." 형이 말했어요. 성수가 통장 뒤를 봤는데... 잔액이 3천5백만 원이더래요! 성수는 믿을 수가 없었답니다. "형님... 이게 뭐예요? 어떻게 된 거예요?" 형이 천천히 설명했어요.
"5년 전... 네가 돈 빌려달라고 했을 때... 나는 거절했지. 그런데 전화 끊고 나서, 너무 후회가 됐어. 내가 너무 차갑게 대했나 싶고... 그래서 다음 날 네한테 전화하려고 했는데, 네가 받지 않더라고." 형이 말했답니다.
"그래서 나는... 너 이름으로 통장을 만들었어. 매달 50만 원씩 저축하기로 한 거지. 언젠가 네가 정말 힘들 때, 이 돈을 주려고... 5년 동안 계속 저축했어. 3천만 원이 됐고, 이자까지 붙어서 지금 3천5백만 원이야." 형의 말에 성수는 눈물이 쏟아졌답니다.
"형님... 형님... 제가 형님한테 그렇게 삐져 있었는데... 형님은 이렇게..." 성수는 말을 잇지 못하고 울었어요. 형도 눈물을 흘렸답니다. "미안해, 성수야. 네가 힘들 때 바로 도와주지 못해서... 이렇게 돌아가는 길로 온 거 같아서..."
"아니에요, 형님. 형님... 정말... 정말 감사해요..." 성수는 형을 꼭 안았답니다. 5년 동안 오해했던 형님... 알고 보니 계속 동생을 생각하고 계셨던 거예요. 돈 때문에 멀어졌다고 생각했는데, 형님은 그 5년 동안 매달 동생을 위해 돈을 모아두고 계셨던 겁니다.
※ 화해, 그리고 새로운 시작
그날 이후로, 성수는 더 자주 형을 찾아뵀답니다. 매일 아침 형한테 전화해서 "형님, 잘 주무셨어요?" 하고 안부를 여쭀고, 일주일에 서너 번은 형님 댁에 들러서 반찬도 갖다 드리고, 말벗도 되어 드렸지요. 5년 동안 못다 한 동생 노릇을 하는 거였어요.
형 성철은 항암 치료를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힘들어하셨답니다. 머리카락도 빠지고, 속도 메스껍고, 기운도 없고... 하지만 동생 성수가 옆에서 계속 격려해 줬어요. "형님, 조금만 더 힘내세요. 다 나을 거예요." 성수의 응원 덕분에, 형은 치료를 잘 견뎌냈답니다.
6개월이 지났어요. 형의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졌답니다! 의사 선생님이 "완치 판정입니다. 정말 잘 회복하셨습니다" 하고 말씀하셨어요. 형수님과 성수, 조카들이 다 같이 울며 기뻐했지요.
형이 건강을 회복하고 나서, 형제는 함께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어요. 성수가 형을 자기 가게로 초대했답니다. "형님, 제 가게 한번 구경 오세요. 제가 직접 음식 만들어 드릴게요." 형이 흔쾌히 승낙했어요. "그래, 동생 장사 한번 봐야지."
형이 가게에 오셨어요. 작은 가게였지만, 깨끗하고 정갈하더래요. 성수가 직접 떡볶이랑 순대를 만들어서 형한테 대접했답니다. 형이 한 입 먹어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아, 맛있다! 성수야, 네가 이렇게 요리를 잘하는 줄 몰랐네!"
"형님, 5년 동안 매일 만들었더니 이제 좀 익숙해졌어요." 성수가 웃으며 말했답니다. 형이 가게를 둘러보며 말했어요. "동생아, 너 정말 대단하다. 이렇게 가게를 잘 꾸려나가고... 형이 너한테 배워야겠어." 형의 칭찬에 성수는 기분이 좋았답니다.
그날 저녁, 두 형제는 가게 문을 닫고 함께 소주 한잔했어요. 예전처럼 편하게 말이지요. 형이 잔을 들며 말했답니다. "성수야, 우리 건배하자. 다시 만난 형제에게." "네, 형님. 건배!" 두 사람은 잔을 부딪쳤어요.
소주를 마시며, 형이 말했어요. "성수야, 사실 내가 요즘 생각하는 게 있어. 나도 뭔가 일을 해보고 싶거든. 집에만 있으니까 답답하더라고." 성수가 관심 있게 물었답니다. "형님, 무슨 일 하고 싶으세요?"
"글쎄... 나도 너처럼 작은 장사라도 해볼까 해. 커피숍이든, 반찬가게든... 뭐라도 해보고 싶어." 형의 말에 성수가 번쩍 손뼉을 쳤어요. "형님! 좋은 생각이에요! 그럼 우리 같이 해요!"
"같이?" 형이 되묻자, 성수가 신나게 설명했답니다. "네! 제 가게 옆에 빈 점포가 하나 있거든요. 거기서 형님이 커피숍을 해보시면 어때요? 제 가게랑 연결해서, 손님들이 떡볶이 먹고 커피 마시게요. 완전 좋잖아요!"
형이 눈이 반짝였어요. "오, 그거 좋은데? 성수야, 진심이야?" "네, 형님! 진심이에요! 우리 형제가 함께 장사하는 거예요. 생각만 해도 멋지지 않아요?" 성수는 들떠서 말했답니다.
형이 성수의 손을 잡았어요. "고맙다, 동생아. 형이 이렇게 늙어서 다시 시작할 용기를 주다니..." 성수가 손을 꽉 쥐며 말했답니다. "형님, 늦은 거 없어요. 지금부터가 시작이에요. 우리 형제 같이 열심히 해봐요!"
그 후로 형제는 정말로 함께 일하기 시작했어요. 형 성철은 옆 점포에 작은 커피숍을 차렸고, 성수는 분식집을 계속 운영했답니다. 두 가게를 벽을 뚫어서 연결했어요. 손님들이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먹고, 커피숍으로 넘어가서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말이지요.
장사가 잘 됐어요. 형제가 운영하는 가게라는 소문이 나면서, 손님들이 많이 찾아왔답니다. "여기 사장님들 형제시래요. 우애가 진짜 좋으시대요." 손님들이 그렇게 말하며 찾아왔지요.
매일 저녁, 장사를 마치고 나면 형제는 함께 앉아서 하루를 정리했어요. "오늘 매출 어땠어?" "손님들 반응은 어땠어?" 이런 이야기를 나누며 내일을 계획했답니다. 어쩌다 의견이 안 맞을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서로를 존중하며 대화로 풀어나갔어요.
1년 후, 형제는 가게를 하나 더 냈어요. 조금 더 큰 매장으로 옮겨서, '형제분식&카페'라는 이름을 붙였답니다. 가게 입구에 형제 사진도 걸어뒀어요. 젊었을 때 찍은 사진과, 지금 찍은 사진을 나란히 말이지요.
손님들이 그 사진을 보고 물었어요. "사장님들 진짜 형제세요? 사이가 진짜 좋으시나 봐요." 그러면 성수가 웃으며 대답했답니다. "네, 저희 진짜 형제예요. 사실 5년 동안 연락도 안 하고 지냈었는데, 다시 만나서 지금 이렇게 같이 일하고 있어요."
"어머, 그런 사연이 있으셨어요?" 손님들이 놀라며 물으면, 형 성철이 덧붙여 말했답니다. "가족이 제일 소중한 거더라고요. 돈보다, 명예보다, 뭐보다도... 가족이 제일 소중해요." 그 말에 손님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지요.
어느 날 저녁이었어요. 가게 문을 닫고, 형제가 함께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답니다. 형이 창밖을 보며 조용히 말했어요. "성수야, 내가 암 진단 받은 게... 어떻게 보면 축복이었던 것 같아."
"네? 형님, 무슨 말씀이세요?" 성수가 의아해하며 물었지요. 형이 웃으며 대답했답니다. "그 일이 없었으면, 우리 영영 화해 못 했을 거 아니야. 내가 아프지 않았으면, 우리 5년, 10년, 어쩌면 평생 서로 피하고 살았을지도 몰라."
성수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어요. "맞아요, 형님. 슬프지만... 그게 우리를 다시 만나게 해줬네요." 형이 동생의 어깨를 두드렸답니다. "이제 우리 남은 인생, 형제로서 잘 살아보자. 더 이상 돈 때문에, 다른 어떤 것 때문에도 멀어지지 말고."
"네, 형님. 약속해요. 이제 우리 평생 같이 가요." 성수가 형의 손을 잡으며 말했답니다. 두 형제는 웃으며 다시 한번 건배했어요. 5년 전에는 돈 때문에 멀어졌지만, 이제는 그 아픔을 딛고 다시 가까워진 형제... 그들의 앞날에는 희망이 있었답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돈 때문에 5년 동안 연락을 끊었던 형제가 결국 다시 만나 화해했습니다. 형의 암 진단이라는 아픈 사건이 오히려 형제를 다시 이어준 거지요. 알고 보니 형은 5년 동안 매달 동생 이름으로 돈을 모아두고 있었습니다. 진짜 문제는 돈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오해였던 겁니다. 가족보다 소중한 건 없습니다. 돈 때문에, 자존심 때문에 가족과 멀어지지 마세요. 후회하기 전에 먼저 손 내밀어 보세요. 오늘 이야기가 여러분께 작은 용기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다음에도 진솔한 가족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