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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성판 위에서의 뜨거운 합궁 (연려실기술)

    금슬이 좋지 않아 후사가 없던 부부가 무당의 비방을 듣고, 죽은 사람을 눕히는 칠성판 위에서 오싹하면서도 뜨거운 합궁을 치르게 됩니다.

    기괴한 장소에서 잃어버렸던 부부간의 정욕이 폭발하여 쌍둥이 아들을 얻고, 이후 부부 금슬이 조선 제일가도록 좋아져 백년해로했다는 민망하면서도 웃음이 나는 부부 클리닉 야사입니다.

    태그

    #조선야사록, #야담, #부부클리닉, #연려실기술, #칠성판, #합궁, #역사로맨스, #오디오드라마, #시니어라디오, #해피엔딩, #기상천외, #조선시대, #금슬회복, #비방, #기묘한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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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킹멘트

    "후사도 없이 소닭 보듯 데면데면한 십 년 차 부부. 대가 끊길 위기에서 무당이 내린 기상천외한 비방은 바로, 시신을 눕히는 칠성판 위에서 합궁을 하라는 것! 산 사람의 방에 들어온 죽음의 널빤지. 그 서늘하고 오싹한 칠성판 위에서, 부부의 잃어버렸던 뜨거운 정욕이 기적처럼 폭발하기 시작합니다. 교과서에서는 절대 알려주지 않는, 민망하고도 웃음꽃 피는 조선 제일의 부부 클리닉 야사 속으로 들어갑니다."

    ※ 1: 십 년째 독수공방, 소닭 보듯 냉랭한 최 대감 부부의 차디찬 안방

    조선 팔도에서 그 이름만 들어도 나는 새가 땅으로 곤두박질친다던 권세가, 한양 도성 한복판에 으리으리한 솟을대문을 자랑하는 최 대감의 저택은 겉보기에는 남부러울 것 하나 없는 명문거족의 뼈대 있는 가문이었습니다. 수십 명의 노비들이 마당을 쓸고 가마솥에는 매일같이 하얀 쌀밥이 끓었지만, 높고 견고하게 겹겹이 둘러싸인 담장 안쪽 안채에서는 매일같이 깊고 무거운, 땅이 꺼질 듯한 한숨 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이 거대하고 화려한 집안을 짓누르는 가장 큰 근심거리는 다름 아닌 후사 문제였습니다. 최 대감과 그의 정실부인 박씨가 부부의 연을 맺은 지 무려 십 년이라는 억겁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슬하에 피를 나눈 혈육 하나 없다는 끔찍한 사실이었습니다.

    조선 사회에서, 그것도 대대손손 벼슬을 이어온 사대부 명문가에서 대가 끊긴다는 것은 사당에 모신 조상님을 뵐 면목이 없는, 가문의 존망이 걸린 가장 큰 불효이자 씻을 수 없는 재앙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생기지 않는 것보다 이 집안에 드리운 더 크고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최 대감 내외의 금슬이 한겨울 꽁꽁 얼어붙은 북방의 우물물보다도 더 차갑고 냉랭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십 년 전, 양가 부모님들의 철저한 가문 간의 약조로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채 화려한 혼례를 올렸습니다.

    처음 몇 해는 양반의 의무감에라도 꾸역꾸역 합방을 시도했으나, 성격부터 취향, 심지어 내밀한 밤자리의 속궁합까지 두 사람은 마치 물과 기름처럼 단 한 구석도 맞는 곳이 없었습니다. 명문가의 엄격한 규율 속에서 자란 박씨 부인은 매사에 깐깐하고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차갑고 얼음 같은 성정이었습니다. 반면 풍류를 즐기고 호탕한 최 대감은 그런 부인의 숨 막히는 규방 예절과 무표정한 얼굴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고 주눅이 들며 정나미가 떨어지기 일쑤였습니다. 밤이 되어 같은 원앙금침 이부자리에 누워도 두 사람은 마치 무덤 속의 목석처럼 뻣뻣하게 천장만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부부간의 다정한 밀어는커녕, 서로의 살갗이나 털끝 하나 닿는 것조차 어색해하며 헛기침만 흠흠 내뱉다가 뜬눈으로 하얗게 날을 새우기 일쑤였습니다.

    "아이고, 내 팔자야, 내 팔자야. 남들은 혼인하고 첫해면 떡두꺼비 같은 아들딸 쑥쑥 잘만 낳아 안채가 시끌벅적하던데, 어찌 우리 집안은 산사(山寺)처럼 이리도 적막하고 고요하단 말인가. 조상님들 뵐 낯이 없어 내가 죽지도 못하겠구나!"

    안방과 마주한 별당에서 시어머니의 뼈 있는 한탄과 곡소리가 안채의 마루를 넘어올 때마다, 박씨 부인은 가슴에 시퍼런 피멍이 드는 것만 같았습니다. 칠거지악 중 으뜸이 후사를 잇지 못하는 것이거늘, 이러다가는 소박을 맞고 친정으로 쫓겨나 가문의 씻을 수 없는 수치가 될 판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천금을 주고 값비싼 백 년 묵은 산삼과 녹용을 다려 먹고, 험한 산세의 명산을 찾아다니며 삼신할미에게 무릎이 닳도록 백일기도를 올려도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정작 씨를 뿌려야 할 남편인 최 대감이 안채에 발걸음조차 하지 않으니 어찌 마른 밭에 싹을 틔울 수 있겠습니까.

    최 대감은 해가 지고 어스름이 깔리면, 아내의 서늘하고 원망 섞인 차가운 눈초리를 피해 도망치듯 사랑채에 처박혔습니다. 밤새도록 홀로 고서를 읽거나, 혹은 핑계를 대고 밖으로 나가 벗들과 기방에서 늦도록 술을 마시며 부인과의 합방을 회피하며 시간을 때우기 일쑤였습니다.

    '서방님이 안채의 문지방을 넘지 않으신 지가 벌써 반년이 다 되어가는구나. 경대에 비친 내 얼굴은 하루가 다르게 시들어 늙어가고, 달거리는 점차 불규칙해지며 말라가는데… 이러다가는 정말 최씨 가문의 대가 내 대에서 끔찍하게 끊기고 말겠어. 사내의 따뜻한 마음 한 조각 품지 못하고 시들어가는 내 처지가, 내 신세가 이다지도 서글프고 비참할까.'

    어느 늦고 적막한 겨울밤, 박씨 부인은 싸늘하게 식어버린 안방 아랫목에 홀로 덩그러니 앉아 있었습니다. 가위로 촛불의 타들어 가는 심지를 무심하게 자르며, 그녀의 창백한 뺨 위로는 소리 없는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습니다. 방 안에는 화려한 모란과 화조도가 그려진 최고급 병풍이 둘러쳐져 있었고, 바닥에는 십 년 전 혼수품으로 해온 최고급 명주실로 수놓은 두꺼운 원앙금침이 깔려 있었지만, 주인을 잃고 한쪽 귀퉁이만 구겨진 이부자리는 그저 무덤처럼 차갑고 공허할 뿐이었습니다.

    "마님… 사랑채에 다녀왔사온데… 대감마님께서는 오늘도 글동무들과 주안상을 마주하시느라, 오늘 밤도 안채로는 드시지 않을 요량인 듯하옵니다. 촛불을 끄고 이만 침소에 드시지요."

    몸종인 삼월이가 안절부절못하며 마님과 사랑채의 눈치를 번갈아 살피며 조심스레 아뢰자, 박씨 부인은 길고 깊은 한숨을 내쉬며 힘없이 고개를 저었습니다. 남편에 대한 야속함과 원망도 이미 눈물과 함께 말라 비틀어져 버린 지 오래였습니다. 그저 서로의 따뜻한 체온을 완전히 잊어버린 채, 한 지붕 아래서 숨만 쉬고 살아가는 남보다도 못한 기이한 부부. 이것이 겉으로는 화려하고 완벽해 보이는 최 대감댁 안방의 비참하고도 차디찬 현실이었습니다. 어떻게든 남편의 굳어버린 발걸음을 돌려 잃어버린 부부의 정을 되찾고, 가문의 대를 이어야 한다는 숨 막히는 절박함이, 박씨 부인의 가슴속에서 점차 이성을 잃은 처절한 발버둥으로 무섭게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 2: 대가 끊길 위기에 용한 무당을 찾아간 부인 박씨와 기괴한 비방

    매일같이 쏟아지는 시어머니의 따가운 눈총과 멸시, 그리고 가문의 핏줄을 이어야 한다는 숨 막히는 압박감에 시달리다 못해 끝내 낭떠러지 벼랑 끝에 몰린 박씨 부인. 그녀는 결국 양반가 규수로서 평생을 지켜온 꼿꼿한 체면과 자존심을 모두 버리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최후의 금기된 수단을 쓰기로 결심했습니다. 한양 도성 밖, 호랑이가 출몰한다는 인왕산 깊은 자락에 숨어 살며 귀신같이 사람의 운명을 점치고 비방을 내린다는 전설적인 무당, '도화 만신'을 은밀하게 찾아가기로 한 것입니다. 죽은 사람의 혼령과도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고, 칼로 베어낸 듯 완전히 끊어진 남녀의 인연도 억지로 기워 이어붙인다는 도화 만신. 그녀는 양반가 사대부 여인들이 가문의 눈을 피해 남몰래 비방을 구하러 늦은 밤마다 줄을 선다는 소문의 흉흉한 주인공이었습니다.

    달빛조차 먹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 칠흑같이 어두운 밤, 박씨 부인은 두꺼운 쓰개치마로 얼굴을 깊이 가리고 오직 믿을 수 있는 몸종 삼월이 단 한 명만을 대동한 채, 험하고 가파른 산길을 허겁지겁 올랐습니다. 발이 돌부리에 채이고 치맛자락이 가시덤불에 찢겨도 멈추지 않고 산을 올라, 마침내 으스스하고 불길한 기운을 내뿜는 무당의 낡은 신당에 떨리는 발을 들였습니다. 신당 안은 숨을 쉬기 힘들 정도로 독하고 매캐한 향냄새와, 허공에 매달려 기분 나쁘게 펄럭이는 기괴한 붉은 깃발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방 한가운데에 가부좌를 틀고 앉은 도화 만신은, 박씨 부인이 채 엎드려 입을 떼기도 전에 마치 모든 것을 꿰뚫어 본다는 듯 날카롭고 번뜩이는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보며 혀를 끌쯧 찼습니다.

    "쯧쯧쯧… 겉모습만 번지르르하지 속은 다 썩어 문드러졌구먼. 하늘이 맺어준 부부의 연을 맺어놓고도 사내와 여인의 뜨거운 기운이 십 년 동안 털끝만큼도 섞이지를 못했으니! 방안에 시체 같은 냉기만 가득하여, 점지해주러 왔던 삼신할미조차 오한이 들어 벌벌 떨며 도망가겠구먼! 쯧쯧!"

    "보… 보살님. 다 아시고 계셨군요. 제가 이러다 시댁에서 칠거지악으로 소박을 맞고 비참하게 쫓겨날 끔찍한 위기이옵니다. 제발, 제발 제 남편의 얼어붙은 마음을 돌려 뜨겁게 합궁을 하고 후사를 이을 수 있는 영험한 부적이나 미혼약, 그 어떤 비방이라도 하나만 내려주시옵소서. 돈은 원하시는 대로 얼마든지 드리겠나이다!"

    박씨 부인이 사대부 안주인의 체면도 새카맣게 잊은 채 차가운 흙바닥에 납작 엎드려 뜨거운 눈물로 애원했습니다. 그러자 도화 만신은 물고 있던 긴 곰방대를 깊게 빨아들이더니, 매캐하고 시퍼런 연기를 허공에 길게 내뿜으며 도저히 인간의 상식으로는 믿을 수 없는 끔찍하고 기괴한 처방을 내놓았습니다.

    "종이 쪼가리 부적이나 미혼약 따위의 얄팍한 수법으로는, 이미 십 년이나 얼어붙은 두 사람의 뼛속 깊은 냉기를 결코 녹일 수 없어.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시체처럼 뻣뻣해진 부부의 정욕을 밑바닥에서부터 깨우려면, 아주 강력하고도 섬뜩한, 목숨을 건 극약처방이 필요하지. 마님, 오늘 밤 당장 뒷간으로 장의사를 몰래 불러들여 생소나무를 깎아 만든 '칠성판'을 구해오시오. 그리고 그것을 안방 원앙금침 요 밑에 몰래 깔고, 그 위에서 대감마님과 아주 뜨거운 합궁을 치르시구려."

    "치… 칠, 칠성판이요?! 아, 아니 보살님! 칠성판이라니요! 그것은 갓 숨을 거둔 죽은 시신을 염할 때 바닥에 반듯하게 눕히는 관 속의 널빤지가 아닙니까! 어찌 맥박이 뛰고 살아있는 사람의 방에, 그것도 맑아야 할 부부가 합궁을 하는 신성한 이부자리에 그 끔찍한 죽음의 물건을 들이란 말입니까!"

    박씨 부인은 너무나도 끔찍하고 섬뜩한 말에 사색이 되어 그 자리에서 뒤로 털썩 나자빠질 뻔했습니다. 칠성판은 망자가 저승으로 갈 때 북두칠성의 인도를 받아 길을 잃지 말라며 두꺼운 널 위에 일곱 개의 구멍을 뚫어 만든, 죽음과 장례를 상징하는 세상에서 가장 불길한 물건이었습니다. 산 사람의 방에 들이는 것조차 엄격하게 금기시되는 죽음의 널빤지를 부부의 잠자리에 깔라니, 이는 귀신이 씌워 단단히 미쳐도 단단히 미친 소리였습니다.

    "허허, 양반 댁 마님이라 세상 이치의 근본을 모르시는구먼. 사내와 여인의 음양 기운이 극도로 메말라 시체처럼 죽어버렸을 때는, 오히려 그 짙고 무서운 '죽음의 기운'인 극음(極陰)으로 육신에 엄청난 충격을 주어야만 하는 법이오! 그래야만 인체의 깊은 곳에서 죽음을 거부하고 역으로 살고자 하는 폭발적인 '생명력', 즉 극양(極陽)이 짐승처럼 꿈틀거리며 깨어나는 법이란 말이오! 시체처럼 뻣뻣해진 두 사람의 차가운 몸뚱이에, 진짜 시신을 눕히는 서늘한 칠성판의 기운이 닿아야만 죽어있던 정욕이 미친 듯이 활화산처럼 타오를 것이오. 내 말을 믿고 오늘 밤 당장 실행에 옮기시오. 만약 이 비방을 쓰지 않는다면, 마님은 평생 독수공방하며 피눈물을 흘리다 쓸쓸히 늙어 죽을 끔찍한 팔자요!"

    도화 만신의 단호하고도 등골이 소름 끼치는 쩌렁쩌렁한 호통 앞에 박씨 부인은 숨이 턱 막히며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기괴하고도 망측하며 끔찍한 처방이었습니다. 죽은 시신이 눕는 서늘한 칠성판 위에서 남편과 운우의 정을 나누라니, 상상만 해도 온몸의 털이 쭈뼛 서고 당장이라도 구역질이 날 것 같았습니다.

    '어찌 뼈대 있는 사대부 여인으로서 그런 금수만도 못한 끔찍한 짓을… 하지만… 이대로 가문의 대가 끊겨 친정으로 쫓겨나 평생을 죽은 듯이 비참하게 사느니, 차라리 귀신에게 홀린 셈 치고 저 무섭고 끔찍한 비방이라도 한 번 써봐야 한단 말인가.'

    천 길 낭떠러지 벼랑 끝에 선 여인의 지독한 절박함은, 결국 사대부의 이성과 꼿꼿한 체면마저 완벽하게 억누르고 말았습니다. 박씨 부인은 부들부들 사시나무처럼 떨리는 손으로 두둑한 금품이 든 복채 주머니를 내려놓고는, 피가 나도록 입술을 꽉 깨물며 음산한 신당을 빠져나왔습니다. 오늘 밤, 조선의 그 어떤 명문 양반가에서도 단 한 번도 시도해 본 적 없는, 가장 오싹하고도 기상천외한 부부의 은밀한 합궁 작전이 장막을 거두고 시작되려는 참이었습니다.

    ※ 3: 안채로 은밀히 들어온 죽음의 널빤지 칠성판, 그리고 떨리는 합궁의 초대

    그날 저녁, 붉은 해가 서산 너머로 완전히 꼬리를 감추고 저택에 칠흑 같은 어둠이 짙게 깔리자, 최 대감댁 안채에서는 누구도 상상치 못할 은밀하고도 기괴한 작전이 숨 가쁘게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박씨 부인의 엄중한 명을 받은 몸종 삼월이가 해 질 녘 뒷문으로 몰래 빠져나가 장의사를 찾아갔고, 돈을 쥐여주며 소나무 진액 향이 아직 짙게 배어있는 두껍고 투박한 새 칠성판 하나를 아무도 모르게 구해온 것입니다. 시신을 눕히기 위해 일곱 개의 별 모양 구멍이 음산하게 뚫린 그 차갑고 거친 널빤지가 안방 문지방을 은밀히 넘는 순간, 방 안에서 기다리던 박씨 부인은 자신도 모르게 오싹한 한기에 온몸을 부르르 떨며 두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천지신명님, 조상님들… 부디 며느리의 이 망측하고 불경한 짓을 용서하시옵소서. 오직 가문의 끊어진 대를 잇고 부부의 얼어붙은 연을 되찾기 위한 어미의 지독하고 절박한 발버둥이옵니다. 제발 오늘 밤 비방이 통하게 굽어살펴 주시옵소서.'

    박씨 부인은 덜덜 떨리는 창백한 손으로 안방 한가운데에 묵직한 칠성판을 덩그러니 내려놓았습니다. 방 안을 환하게 밝히던 화려한 밀랍 촛불들을 입김으로 모두 불어 끄고, 오직 희미하고 붉은빛을 내는 작은 초 하나만을 구석에 남겨두어 방 안의 분위기를 마치 깊은 무덤 속처럼 으스스하고 몽환적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런 다음, 차갑고 거친 칠성판의 불길한 형태를 남편이 단번에 눈치채지 못하도록, 그 널빤지 위에 자신이 시집올 때 가져온 아주 두껍고 화려한 붉은 비단 원앙금침을 십여 겹이나 겹겹이 덮어 완벽하게 위장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최고급 비단을 두껍게 덮어씌워도, 방 안을 은은하고 음산하게 채우는 관 짜는 생소나무의 싸늘한 냄새와, 널빤지에서 뿜어져 나오는 요요하고 서늘한 죽음의 기운마저 완벽하게 숨길 수는 없었습니다.

    모든 기괴한 잠자리 준비를 마친 박씨 부인은 경대 앞에 앉아 평소 입지 않던 화려한 빛깔로 곱게 단장을 했습니다. 가장 고운 사향 향수를 귀밑과 얇은 목덜미에 짙게 바른 뒤, 치렁치렁한 겉옷을 모두 벗어 던지고 속살이 아스라이 비치는 얇고 붉은 명주 속적삼만을 걸친 채 맨발로 사랑채로 향했습니다.

    사랑채에서는 최 대감이 홀로 외롭게 촛불을 밝히고 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고서를 읽고 있었습니다. 갑작스러운 늦은 밤, 그것도 얇은 속적삼 차림의 부인의 방문에 최 대감은 몹시 당황하여 들고 있던 책을 바닥에 떨어뜨렸습니다.

    "부… 부인? 이리 추운 야심한 밤에, 그것도 그런 남세스러운 얇은 차림으로 어인 일로 사랑채까지 걸음을 하셨소? 필시 무슨 큰 변고라도 생긴 게요?"

    "서방님… 제가 십 년이라는 세월을 홀로 차가운 방에서 독수공방하며 시어머님의 매서운 눈총을 받는 것이, 서방님께는 정녕 아무렇지도 않으신 겁니까. 오늘 밤은 제 비참한 목숨이 달린 밤이옵니다. 제발, 제발 가문의 체면과 죽어가는 저를 불쌍히 여기시어 오늘 밤 단 하루만이라도 안채로 걸음을 해 주시옵소서. 이대로는 도저히 억울해서 살 수가 없사옵니다."

    박씨 부인은 평소의 그 꼿꼿하고 차갑던 사대부 양반가 안주인의 체면을 눈물과 함께 완전히 벗어던지고, 바닥에 주저앉아 최 대감의 도포 소맷자락을 꽉 붙잡으며 피를 토하듯 눈물로 애원했습니다. 십 년 동안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부인의 그토록 가녀리고 절박하게 무너진 모습에, 최 대감 역시 굳어있던 가슴 한구석이 찌릿하게 아파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비록 사랑 없이 맺어진 서늘한 연이라 할지라도, 무려 십 년을 한 지붕 아래서 함께한 조강지처가 체면을 구기고 눈물을 쏟으며 후사를 잇기 위해 저리도 처절하게 매달리는데, 사내 대장부로서 어찌 끝까지 모른 척 뿌리칠 수 있겠습니까.

    "하아… 알겠소. 부인이 저리 눈물로 간청하며 무너지니 내 지아비 된 도리를 다하리다. 어서 그 서러운 울음을 거두고 춥지 않게 앞장서시오."

    최 대감은 체념한 듯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발걸음을 이끌고 부인의 뒤를 따라 안채로 향했습니다. 언제나 차갑고 숨 막히게만 느껴졌던 안방의 문을 여는 순간, 최 대감은 평소와는 전혀 다른 기묘하고도 으스스한 분위기에 흠칫 놀라 문지방에서 걸음을 우뚝 멈추었습니다. 방 안은 희미하고 붉은 촛불 하나만이 위태롭게 흔들리며 긴 그림자를 만들고 있었고, 코끝을 찌르는 진하고 요염한 사향 냄새 사이로 묘하게 서늘하고 비릿한 생소나무의 향기가 기분 나쁘게 섞여 맴돌고 있었습니다. 마치 깊은 산속의 버려진 신당이나 제실에 들어온 듯한 오싹한 기운이 등골을 타고 뱀처럼 흘렀습니다.

    "부인, 방 안의 공기가 어찌 이리 서늘하고 묘하단 말이오. 냄새도 이상하고… 꼭 귀신이라도 당장 튀어나올 것 같지 않소?"

    "서방님, 오늘은 제가 특별히 가문의 대를 잇고자 산사에 불공을 드리고 온 날이라 방의 기운이 몹시 정갈하여 그런 것이옵니다. 피곤하실 텐데 어서 저와 함께 이부자리로 드시지요."

    박씨 부인은 애써 심하게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며 최 대감의 손을 다급하게 이끌어 붉은 비단이 높게 덮인 잠자리로 안내했습니다. 최 대감은 마지못해 겉옷 옷고름을 풀고 이부자리 위로 털썩 등을 대고 누웠습니다. 그런데 등을 대고 눕는 바로 그 순간, 평소의 그 푹신하고 부드러운 최고급 목화솜의 감촉이 아니었습니다. 그의 넓은 등허리를 아주 뻣뻣하게 받치는, 무언가 소름 끼치도록 차갑고 딱딱한 거친 나무 널빤지의 둔탁한 감촉이 비단 요를 단숨에 뚫고 피부로 고스란히 전해져 왔습니다.

    "아니… 이게 대체 무엇이오? 요 밑에 평평한 돌덩이나 나무 궤짝이라도 깔아놓은 게요? 어찌 이리 등이 아프게 배기고 소름이 끼치도록 차갑단 말이오!"

    최 대감이 이상함을 느끼고 미간을 찌푸리며 벌떡 일어나 깔고 누운 비단 요를 확 들쳐보려던 찰나였습니다. 박씨 부인이 다급하게 얇은 속적삼 차림으로 최 대감의 넓은 품속으로 왈칵 파고들며 그의 움직임을 맹렬하게 막아섰습니다. 일곱 개의 구멍이 뚫린 죽음의 널빤지인 칠성판 위에서, 서로의 따뜻한 체온조차 끔찍하게 어색했던 십 년 차 쇼윈도 부부의 가장 기괴하고도 아찔한 짐승 같은 동침이 막 폭발적으로 시작되려는 참이었습니다.

    ※ 4: 칠성판 위에서 마주한 부부, 서늘한 공포가 뜨거운 정욕으로 뒤바뀌는 밤

    어두컴컴한 안방, 희미하게 흔들리는 붉은 촛불 아래서 벌어진 박씨 부인의 기습적인 포옹에 최 대감은 마치 시퍼런 벼락이라도 맞은 듯 온몸이 통나무처럼 뻣뻣하게 굳어버렸습니다. 지난 십 년이라는 세월 동안, 우연히 옷깃이라도 스칠라치면 마치 역병 환자라도 본 것처럼 기겁을 하며 뒷걸음질을 치던 그 깐깐하고 꼿꼿하던 양반가 안주인이 아니었습니까. 그런 부인이 한겨울의 추위도 잊은 채 속살이 훤히 비치는 얇디얇은 명주 속적삼 하나만을 아슬아슬하게 걸치고, 외간 남자에게 안기듯 남편의 넓은 품속으로 왈칵 파고들다니, 이는 진정 해가 서쪽에서 뜨고 하늘이 두 쪽이 날 노릇이었습니다.

    하지만 당황스럽고 어리둥절한 감정도 아주 잠시뿐이었습니다. 최 대감의 온 신경은 이내 부인의 부드러운 살결이 아니라, 자신의 등허리 밑에서부터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는 그 기분 나쁘고 소름 끼치도록 차가운 나무 널빤지의 둔탁한 냉기에 사로잡히고 말았습니다.

    "부, 부인! 당장 내 몸에서 떨어지지 못할까! 도대체 이 두꺼운 비단 요 밑에 무엇을 흉측하게 숨겨놓은 것이오! 등허리가 얼음장처럼 시리고 딱딱하여 도저히 단 1각도 누워있을 수가 없소이다!"

    최 대감이 화들짝 놀라 부인의 얇은 어깨를 밀어내고, 덮고 있던 붉은 비단 원앙금침을 거칠게 확 젖히려 했습니다. 그러자 박씨 부인은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마치 생명줄이라도 되는 양 최 대감의 굵은 목을 두 팔로 사생결단하듯 끌어안으며 다급하고 처절한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서방님! 제발… 제발 묻지도 따지지도 마시고 오늘 밤만은 이 비천하고 가엾은 계집을 꽉 안아주시옵소서! 그저 가문의 대를 잇기 위해 삼신할미에게 받아온 영험한 부적의 일종이라, 그리 여겨주시옵소서. 제발…!"

    박씨 부인의 처절하게 떨리는 목소리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두려움과, 가문의 대를 이어야 한다는 지독한 절박함이 기괴하게 뒤섞여 있었습니다. 최 대감은 자신을 결사적으로 억누르는 아내의 비정상적인 태도와, 등 밑에 깔린 물건의 그 불길하고도 서늘한 형태, 그리고 방 안을 은은하게 채우고 있는 날것 그대로의 짙은 생소나무 냄새에서 본능적으로 어떤 끔찍하고도 망측한 진실을 눈치채고 말았습니다. 사람 한 명이 반듯하게 누울 수 있는 직사각형의 거칠고 단단한 나무판, 그리고 손끝에 오싹하게 스치는 일곱 개의 둥근 구멍들. 그것은 의심할 여지 없이, 갓 숨을 거둔 서늘한 사자(死者)의 시신을 눕힐 때나 쓰는 죽음의 물건, 바로 칠성판이었습니다.

    "히, 히이익! 부… 부인! 설마 자네가 단단히 미친 게요?! 이, 이것은 죽은 자를 염할 때나 바닥에 까는 칠성판이 아니오! 피가 끓고 맥박이 뛰는 산 사람의 방에, 그것도 부부가 은밀히 몸을 섞는 합궁의 잠자리에 이 무슨 흉측하고 망측한 짓거리란 말이오! 당장 저리 비키시오! 당장 마당으로 집어 던져 아궁이에 불태워 버릴 테니!"

    최 대감은 사색이 되어 소리를 버럭 지르며 이부자리에서 짐승처럼 뛰쳐나가려 발버둥을 쳤습니다. 아무리 기골이 장대하고 담력이 센 양반 사대부 사내라 할지라도, 시체를 눕히는 죽음의 널빤지 위에서 부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온몸의 털이 쭈뼛 서고 구역질이 치밀어 오를 만큼 끔찍한 금기 중의 금기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박씨 부인은 평소의 그 연약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젖먹던 힘까지 모조리 쥐어짜 내어 최 대감의 단단한 허리를 뱀처럼 꽉 끌어안고는 결단코 놔주지 않았습니다.

    "서방님! 인왕산 도화 만신의 영험한 비방이옵니다! 십 년을 죽어 지낸 우리 부부의 말라 비틀어진 기운을 단번에 살리려면, 이 극음(極陰)의 차가운 칠성판 기운이 온몸에 닿아야만 생명력이 폭발한다 하였습니다! 서방님마저 저를 미친년 취급하며 버리신다면, 저는 시어머님 뵐 면목도 없으니 내일 아침 날이 밝기 전에 대들보에 비단 목을 매달고 죽어버리겠습니다!"

    "이, 이 어리석고 멍청한 여편네가 무당의 요망한 세 치 혀에 속아 넘어가 단단히 실성했구나! 당장 이 손을 놓으시오! 나는 도저히 이 불길하고 섬뜩한 무덤가의 널빤지 위에서는 털끝만큼의 동함도, 정욕도 생기지 않으니 어서 비키란 말이오!"

    최 대감이 완력으로 부인의 얇은 손목을 떼어내고 몸을 일으키려던 바로 그 찰나, 참으로 기묘하고도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두 사람이 엎치락뒤치락 뒤엉켜 거칠게 승강이를 벌이는 동안, 칠성판 특유의 그 서늘하고 소름 끼치는 끔찍한 냉기가 얇디얇은 비단을 완전히 뚫고 올라와 두 사람의 맨살에 직접적으로 닿기 시작한 것입니다.

    평소라면 귀신이라도 본 듯 기겁을 하고 방 밖으로 도망쳤을 최 대감이었으나, 그 기분 나쁜 차가움이 피부를 스칠 때마다 등골을 타고 찌릿한 전율이 전신으로 무섭게 퍼져나갔습니다. 죽음의 공포와 극도의 긴장감으로 팽팽하게 곤두선 사내의 신경이, 오히려 아드레날린을 미친 듯이 폭발시키며 전에 없던 거대한 흥분 상태로 변해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이게 대체 어찌 된 기괴한 조화란 말인가… 죽음의 널빤지 위라 머리카락이 곤두서고 공포에 질려 심장이 미친 듯이 뛰는데… 어째서 십 년간 잊고 지냈던 사내의 아랫도리에 이토록 터질 듯 강렬한 불길이 치솟는단 말인가! 어째서 이 여인의 체취가 이토록 달콤하게 느껴진단 말인가!'

    최 대감은 숨을 헐떡이며 당황했습니다. 공포로 인한 극단적인 심박수 증가와, 품에 안겨 가쁜 숨을 몰아쉬는 아내의 불덩이 같은 체온, 그리고 등 밑에서 올라오는 칠성판의 기괴한 서늘함이 걷잡을 수 없이 뒤섞여 그의 고고했던 선비의 이성을 완전히 마비시키고 짐승의 본능만을 남겨놓고 있었습니다.

    박씨 부인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귀신이 나올 것 같은 으스스한 공포심에 사시나무처럼 덜덜 떨면서도, 자신을 밀어내려 거칠게 저항하는 남편의 단단한 팔뚝 근육과 귓가를 때리는 거친 숨소리를 맨살로 느끼자, 평생 양반가 규수로서 억눌러왔던 여인으로서의 원초적인 욕망이 휴화산이 터지듯 무섭게 터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서방님… 서, 서방님… 저를, 제발 저를 꽉 안아주시옵소서…"

    박씨 부인은 더 이상 체면과 염치를 따지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칠성판에서 올라오는 뼛속 시린 한기를 피해 본능적으로 최 대감의 뜨거운 몸 위로 기어 올라가 그의 굳게 닫힌 입술을 거칠고 탐욕스럽게 탐하기 시작했습니다. 십 년 만에 처음으로 제대로 맞닿은 서로의 입술은, 두려움과 폭발하는 정욕이 기괴하게 뒤엉켜 마치 굶주린 짐승들의 포식처럼 격렬하고도 절박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방 안을 채운 희미한 붉은 촛불만이, 죽음을 상징하는 칠성판 위에서 산 자들의 미친 듯한 생명력이 찬란하게 폭발하기 시작하는 그 기괴하고도 아찔한 순간을 묵묵히 비추고 있었습니다.

    ※ 5: 죽음의 기운을 밀어낸 폭발적인 생명력, 조선에서 가장 뜨거운 합궁

    무당의 그 기괴하고도 섬뜩했던 비방은 참으로 어이없고 허탈하게도 빗나감 없이 완벽하게 적중하고 말았습니다. '죽음의 기운'이라는 극단적이고 오싹한 충격 요법이, 십 년간 켜켜이 쌓인 서랍 속의 먼지처럼 형체도 없이 죽어있던 두 사람의 '생명력'과 깊은 정욕을 활화산처럼 통째로 폭발시켜버린 것입니다. 서늘하고 단단하게 등을 찌르는 소나무 칠성판의 거친 감촉은 이제 더 이상 소름 끼치는 공포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두 사람의 육체가 쉴 새 없이 내뿜는 뜨거운 짐승 같은 열기를 시원하게 식혀주며, 쾌락의 끝을 모른 채 더 큰 자극을 갈구하게 만드는 기묘하고도 완벽한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었습니다.

    "하아… 부, 부인… 어찌 된 영문인지 내 몸이 내 마음대로 통제가 되지를 않소… 가슴속에서 불덩이가 터진 듯 이 미칠 듯한 갈증과 열기는 대체 무엇이란 말이오!"

    최 대감은 양반의 체통이고 뭐고 이성을 완전히 상실한 채, 박씨 부인의 가녀린 몸을 감싸고 있던 얇은 속적삼을 마치 거추장스러운 거미줄이라도 되는 양 거칠게 찢어발기듯 벗겨버렸습니다. 언제나 목 위까지 단정하게 옷깃을 여미고 빈틈이라곤 찾아볼 수 없어 숨 막히게만 느껴졌던 부인의 눈부시게 하얗고 창백한 속살결이 온전히 드러나자, 최 대감은 마치 수십 년을 사막에서 목말라 굶주린 짐승처럼 그녀의 얇은 목덜미와 봉긋한 가슴을 탐욕스럽게 파고들었습니다.

    박씨 부인 역시 평소의 그 조신하고 깐깐하기 짝이 없던 명문가 안주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습니다. 그녀는 부끄러움도 잊은 채 짐승처럼 거친 신음을 내뱉으며, 최 대감의 넓고 단단한 등을 열 손가락 손톱으로 피가 나도록 긁어대며 그의 뜨거운 움직임에 격렬하게 응답했습니다.

    죽은 자의 널빤지인 칠성판 위에서의 합궁은 부드러운 애무나 로맨틱한 속삭임과는 거리가 한참 멀었습니다. 그것은 그저 살아남고자 하는 산 자들의 처절한 몸부림이자, 방 안을 짓누르는 죽음의 기운을 완벽하게 밀어내기 위한 강렬한 생명력의 원초적인 폭발이었습니다. 두 사람의 땀 맺힌 몸이 강렬하고도 묵직하게 부딪힐 때마다, 요 밑에 깔린 두꺼운 칠성판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삐이걱, 삐걱거리며 둔탁하고 기분 나쁜 소리를 냈습니다. 평소라면 그 소리에 기겁을 하고 당장 합궁을 멈추었겠지만, 이성을 잃은 지금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일곱 개의 구멍이 뚫린 나무판에서 나는 그 삐걱거리는 마찰음조차, 두 사람의 달아오른 맹렬한 정욕에 기름을 붓고 불을 지피는 최음제처럼 관능적으로 들려올 뿐이었습니다.

    "아아… 서방님… 더, 더 꽉 안아주시옵소서… 이 끔찍하고 무서운 무덤가의 한기가 털끝만큼도 느껴지지 않도록 제발 저를 부서지게 안아주시옵소서…!"

    박씨 부인은 칠성판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뼛속 시린 한기와 남편의 불덩이 같은 뜨거운 체온이 피부 위에서 극명하게 교차하는 아찔한 감각에, 온몸을 활처럼 강하게 휘며 참을 수 없는 절정의 교성을 토해냈습니다. 최 대감은 굵은 땀방울로 범벅이 된 붉은 얼굴로 부인의 얇은 허리를 부서져라 강하게 껴안으며, 십 년간 누구에게도 풀지 못하고 차곡차곡 모아두었던 사내의 모든 거대한 기운을 그녀의 깊은 곳에 남김없이 쏟아부었습니다.

    마치 오늘 밤이 세상의 마지막 밤인 것처럼, 혹은 내일 해가 뜨면 둘 다 이 칠성판 위에 영원히 싸늘한 시신으로 눕게 될지도 모른다는 알 수 없는 기괴하고도 달콤한 절박함이 두 사람을 쾌락의 끝자락으로 거침없이 몰아붙였습니다. 방 안을 서늘하게 가득 채웠던 짙은 생소나무 냄새는 어느새 남녀의 뜨겁고 비릿한 체취와 끈적한 땀 냄새에 완전히 잡아먹혀 자취를 감추어버렸습니다. 창호지를 때리는 차가운 겨울바람 소리도 두 사람의 짐승 같은 격렬한 숨소리에 묻혀 흔적조차 들리지 않았습니다.

    십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첩첩산중의 빙산처럼 꽁꽁 얼어붙어 있던 부부의 거대한 장벽이 한순간에 녹아내리듯, 최 대감 부부는 그 기괴하고도 무서운 죽음의 널빤지 위에서 조선 팔도 그 어떤 금슬 좋은 부부보다도 가장 뜨겁고, 가장 치열하고, 가장 원초적인 밤을 지새우고 있었습니다.

    먼 동이 틀 무렵, 붉은 촛불이 마침내 심지를 다 태우고 스르르 꺼질 때쯤에야 두 사람의 미친 듯한 폭풍 같은 교접은 끝이 났습니다. 최 대감과 박씨 부인은 온몸의 진기와 기력이 완전히 빠져나간 채, 땀에 절어 헝클어진 몰골로 비단 요 위에 대자로 뻗어 거친 숨만 헐떡였습니다. 헐벗은 등 밑에서는 여전히 칠성판의 딱딱하고 차가운 감촉이 선명하게 느껴졌지만, 이제 그 감촉은 죽음의 공포가 아니라, 서로의 뜨거운 육체를 완벽하게 확인시켜 준 기막힌 승전보의 훈장처럼 자랑스럽게 느껴졌습니다.

    "허억… 헉… 헉… 부인… 참으로… 참으로 요망하고도 기가 막힌 밤이었소… 내 살다 살다 무당의 허무맹랑한 말이 이토록 영험하게 맞아떨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소이다."

    최 대감이 거친 숨을 고르며 박씨 부인의 땀에 젖어 이마에 달라붙은 머리칼을 부드럽게 넘겨주자, 박씨 부인 역시 부끄러움에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남편의 넓은 가슴에 깊이 파묻으며 수줍고도 평온하게 미소 지었습니다. 십 년 묵은 부부의 무겁고 차가웠던 벽이, 그 망측하고도 기괴한 칠성판 위에서 산산이 부서져 내린 마법 같은 따뜻한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습니다.

    ※ 6: 쌍둥이 득남과 함께 조선 제일의 잉꼬부부로 거듭난 최 대감 내외의 해피엔딩

    그 기상천외하고도 등골이 오싹했던 칠성판 위에서의 뜨거운 합궁이 지나간 다음 날 새벽, 최 대감은 하인들이 일어나기 전 박씨 부인과 함께 문제의 그 칠성판을 끙끙대며 들고나가 뒷마당 아궁이 속에 던져 넣었습니다. 죽음의 기운을 담았던 소나무 널빤지는 시뻘건 불길 속에서 활활 타오르며 십 년 묵은 부부의 앙금과 함께 시원하게 잿더미로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그날 이후, 얼음장 같았던 최 대감댁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천지개벽 수준으로 따뜻하고 활기차게 달라졌습니다. 그날 밤, 도화 만신의 예언대로 죽음의 기운을 강력하게 밀어낸 폭발적인 생명력의 씨앗은 박씨 부인의 비옥해진 태반에 완벽하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합궁이 있은 지 두어 달 후, 박씨 부인이 헛구역질을 하며 회임을 알렸고, 열 달 뒤 온 집안의 벅찬 축복 속에 떡두꺼비같이 튼튼한 쌍둥이 아들들을 건강하게 순산하는 기적을 만들어냈습니다.

    십 년 묵은 체증이 시원하게 내려가고 끊어질 뻔한 가문의 대를 극적으로 잇게 된 시어머니는, 며느리 박씨 부인의 두 손을 부여잡고 고마움의 눈물을 펑펑 쏟아냈습니다. 최 대감 역시 세상을 다 가진 듯 입이 귀에 걸려 기뻐하며, 집안의 노비들과 마을 사람들에게 사흘 밤낮으로 소와 돼지를 잡아 대대적인 잔치를 열어주었습니다.

    하지만 쌍둥이 득남이라는 경사보다 저택 사람들을 더 놀라게 한 변화는, 바로 십 년간 으르렁대던 두 부부의 끈적해진 금슬이었습니다. 그날의 강렬하고도 망측했던 칠성판 충격 요법은, 서로의 숨겨진 육체적 궁합과 애정을 완벽하게 일깨워주는 기막힌 마법의 열쇠가 되었습니다.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듯 목석같고 깐깐했던 박씨 부인은 남편 앞에서는 한없이 부끄러움 많고 애교 넘치는 사랑스러운 여인으로 180도 변해버렸습니다. 매일 밤 아내의 눈초리를 피해 사랑채로 겉돌거나 기방을 전전하던 최 대감은, 해만 뉘엿뉘엿 지면 칼같이 안채로 뛰어 들어와 부인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놓아주지를 않는 애처가로 거듭났습니다.

    "부인! 오매불망 우리 고운 부인! 내 오늘 시장 장거리에 나갔다가 부인의 그 하얀 얼굴에 찰떡같이 어울릴 만한 아주 고운 연분홍 명주 비단을 사 왔소이다! 어서 내 앞에서 한 번 걸쳐 보시구려!"

    "어머머, 서방님도 참 주책이십니다. 다 큰 쌍둥이 사내아이를 둔 늙은 어미가 어찌 그리 고운 새색시 색을 입겠사옵니까. 남세스럽게시리 장난치지 마시옵소서, 호호호."

    낮에는 너른 마당에서 쑥쑥 자라는 쌍둥이 아들들을 번갈아 안고 까르르 웃음꽃을 피웠고, 밤이 되면 방문을 일찌감치 굳게 걸어 잠그고 칠성판을 들여놓던 그날의 짐승 같던 뜨거움을 매일 밤 재현하듯 요란한 금슬을 자랑했습니다. 두 사람의 어찌나 유난스럽고 닭살 돋는 애정 행각을 벌이는지, 오히려 안채를 지나는 몸종들이 얼굴을 붉히며 서둘러 고개를 돌리고 도망을 칠 정도였습니다.

    "아이고, 참말이지 우리 대감마님 내외분은 지난 십 년간 꾹꾹 참았던 남녀의 정분을 이제야 한꺼번에 다 푸시려나 봅니다요. 엊그제는 두 분이 대낮부터 어찌나 방에서 안 나오시던지. 조선 팔도 천지에 저리 눈꼴신 잉꼬부부가 또 어디 있단 말입니까요."

    최 대감 부부가 가문을 잇기 위해 시체를 눕히는 칠성판 비방을 썼다는 그 충격적인 사실은, 두 사람만이 죽어 무덤에 갈 때까지 마음속에 간직한 세상에서 가장 민망하고도 은밀한 둘만의 비밀로 남았습니다. 그들은 쌍둥이 아들들을 학문이 깊은 훌륭한 선비로 키워내 최씨 가문을 더욱 크게 번창시켰고, 검은 머리가 하얀 파뿌리가 되어 허리가 굽을 때까지 서로를 지극히 아끼고 열렬히 사랑하며 백년해로의 복을 누렸습니다.

    훗날 이 기상천외하고도 발칙한 이야기는 입에서 입을 타고 은밀하게 전해져, 양반가의 숨겨진 야사를 낱낱이 기록한 『연려실기술』의 귀퉁이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체통과 예법을 목숨보다 중시하는 꼿꼿한 유교 사회의 공식 역사 교과서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낯이 뜨거워지고 민망하면서도 헛웃음이 터져 나오는 속사정이지만 말입니다. 대가 끊길 극단적인 상황이 만들어낸 사내와 여인의 원초적인 본능, 그리고 그 기괴함 속에서 극적으로 피어난 해학적인 부부 사랑의 이야기는, 팍팍하고 고된 삶을 사는 조선 백성들에게 아주 훌륭하고도 짜릿한 밤의 안줏거리가 되어 오래오래 씹고 뜯기며 유쾌하게 전해졌습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시청자 여러분, 대가 끊길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시신을 눕히는 칠성판이라는 기괴한 비방으로 잃어버렸던 금슬을 완벽하게 되찾은 최 대감 부부의 이야기, 재미있게 들으셨나요? 죽은 사람의 널빤지 위에서 뜨거운 부부의 정이 다시 폭발하다니, 참으로 기상천외하고도 살짝 민망한 야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가문을 잇고자 했던 옛 여인들의 절박한 발버둥과, 꽉 막힌 부부 관계를 해학적으로 풀어낸 옛사람들의 기막힌 지혜가 엿보이기도 합니다. 오늘 밤은 곁에 누워있는 배우자의 손을 따뜻하게 한 번 잡아보며 잊고 있던 정을 나누어 보는 건 어떨까요? 구독과 좋아요는 더 재미있고 유익한 역사 야사를 발굴하는 데 가장 큰 힘이 됩니다. 편안하고 따뜻한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