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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들이 너 만나서 고생한다

조선 로맨스 2026. 1. 28. 03:11

'우리 아들이 너 만나서 고생한다' 시댁 첫 방문 날 들은 이 말 때문에 10년간 트라우마에 시달린 30대 며느리의 진짜 이야기

Step 1. 기획 및 비주얼 (Visual & Plan)

메인 썸네일 프롬프트 (Main Thumbnail Prompt)
Hyper-realistic cinematic shot of a Korean traditional living room. An elderly woman sits on a sofa with a stern, judgmental face, pointing a finger. Opposite her, a young Korean woman in her 30s sits on the floor with her head bowed, looking traumatized and tearful. The lighting is dim and cold, emphasizing the emotional distance and tension. 8k resolution, detailed texture, psychological thriller atmosphere --ar 16:9 --no text

씬별 이미지 프롬프트 (Scene Image Prompts)
S#1-1: Flashback scene, 10 years ago. A Korean young couple bowing formally to elderly parents in a bright Korean living room. The mother looks unhappy. --ar 16:9 --v 6.0 --style raw

S#1-2: Close-up of the Korean mother-in-law's mouth, slightly sneering, whispering something hurtful. The background is blurred. --ar 16:9 --v 6.0 --style raw

S#2-1: Modern day. A woman driving a car, gripping the steering wheel tightly, looking anxious. Rain on the windshield. --ar 16:9 --v 6.0 --style raw

S#2-2: The Korean woman looking at her reflection in the rearview mirror, her face pale and stressed. --ar 16:9 --v 6.0 --style raw

S#3-1: Inside a kitchen, the daughter-in-law is chopping vegetables nervously. The mother-in-law stands behind her, watching like a hawk. --ar 16:9 --v 6.0 --style raw S#3-2: Close-up of a knife hitting the cutting board. Tension in the woman's hands. --ar 16:9 --v 6.0 --style raw

S#4-1: A dining table setting. The husband is eating comfortably while the wife looks like she can't swallow. --ar 16:9 --v 6.0 --style raw S#4-2: The mother-in-law putting a piece of meat on her son's spoon, ignoring the daughter-in-law. --ar 16:9 --v 6.0 --style raw

S#5-1: The couple in their bedroom at night. They are arguing in hushed tones. The wife looks desperate, the husband looks annoyed. --ar 16:9 --v 6.0 --style raw S#5-2: The wife sitting alone on the edge of the bed, covering her face with her hands. --ar 16:9 --v 6.0 --style raw

S#6-1: A hospital corridor or a psychiatry clinic waiting room. The wife is sitting, looking at a prescription. --ar 16:9 --v 6.0 --style raw S#6-2: Close-up of her hand holding calming medication. --ar 16:9 --v 6.0 --style raw

S#7-1: Back at the in-laws' house. The wife is standing up, looking directly at the mother-in-law with a determined expression. --ar 16:9 --v 6.0 --style raw S#7-2: The mother-in-law looking shocked and speechless. The husband looking between them, confused. --ar 16:9 --v 6.0 --style raw

S#8-1: The wife walking out of the house into the sunlight. A sense of liberation. --ar 16:9 --v 6.0 --style raw S#8-2: View of the closed front door of the in-laws' house, leaving the past behind. --ar 16:9 --v 6.0 --style raw

태그 (Tags)

#말의상처 #가스라이팅 #시월드트라우마 #고부갈등 #화병 #정신과상담 #10년의침묵 #남편의방관 #며느리해방일지 #언어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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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후킹 멘트 (Hooking Ment)

사람의 혀는 뼈가 없지만, 뼈를 부러뜨릴 만큼 강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특히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다 너를 위해서'라는 핑계로 날아오는 비수들은 피할 새도 없이 심장에 박히곤 하죠.
"우리 아들이 너 만나서 고생한다." 결혼 승낙을 받으러 간 첫날, 꽃다발을 든 제 손을 무색하게 만든 그 한마디. 그때 저는 웃어넘겼습니다. 어머님이 아들을 너무 사랑하셔서 그런 거라고, 내가 더 잘하면 바뀔 거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그 말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10년. 강산도 변한다는 그 긴 시간 동안, 저는 제 이름 대신 '고생시키는 여자', '부족한 여자', '재수 없는 며느리'로 살아야 했습니다.
오늘 들려드릴 이야기는, 말 한마디에 갇혀버린 한 여자의 10년 전쟁기입니다. 그리고 이제야 그 감옥 문을 스스로 부수고 나온, 뒤늦은 탈출기이기도 합니다. 당신의 가슴 속에도 뽑히지 않은 가시가 있나요? 그렇다면, 지금부터 제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십시오.

(S#1. 시댁 거실. 10년 전 회상)

안녕하세요, 어머님. 처음 뵙겠습니다. 이지수라고 합니다.
많이 기다리셨죠? 오는 길이 조금 막혀서... 죄송합니다.

어, 그래. 앉아라.
뭐, 길 막히는 게 네 탓은 아니니까. 앉아.
거기 말고, 민호 옆에 말고 저기 맞은편에 앉아라. 얼굴 좀 자세히 보게.

아, 네.
이거... 약소하지만 과일 좀 사 왔어요. 어머님이 사과 좋아하신다고 민호 씨한테 들어서요.
백화점 지하에서 제일 싱싱한 걸로 고른다고 골랐는데 입에 맞으실지 모르겠네요.

사과?
그래, 고맙다. 저기 식탁 위에 올려둬라.
민호야, 너 운전하느라 고생했다.
얼굴이 그게 뭐니? 반쪽이 됐네, 반쪽이 됐어.
내가 못 살아. 주말에 좀 쉬어야 하는데, 여자친구 인사시킨다고 이 먼 길을 운전해서 오고...
눈 밑이 퀭한 거 봐라. 어제 잠은 좀 잤니?

아니에요, 어머님. 민호 씨 많이 안 피곤할 거예요.
오다가 휴게소에서 제가 운전 교대도 했고요, 차에서 잠깐 눈도 붙였어요.

휴게소?
밥은? 휴게소에서 때웠니?

네, 우동이랑 김밥 간단하게 먹었어요. 시간이 좀 애매해서...

아이고, 내 팔자야.
금쪽같은 내 아들 위장 다 버리겠네.
얘 위장 약한 거 너는 모르니? 사귀는 사이라면서 그런 것도 몰라?
휴게소 음식 그거 다 조미료 덩어리에 소금 소태인데, 그걸 먹여?
민호 쟤, 어릴 때부터 장이 예민해서 집밥 아니면 소화도 잘 못 시키는 애야.
밖에서 사 먹는 음식 먹으면 바로 배탈 나고 식은땀 흘리는 앤데, 그걸 먹이고 여기까지 끌고 왔어?
네가 옆에서 그런 건 좀 챙겨야지. 여자가 야무지지 못하게.
결혼하겠다고 인사 온 애가 남자가 뭘 먹는지, 속이 편한지 불편한지 그런 기본도 안 살피니?

아... 죄송해요. 민호 씨가 배고프다고 해서 급하게 먹느라...
제가 미처 거기까진 생각을 못 했어요.
민호 씨가 위장이 약한 줄은 몰랐어요. 평소에 떡볶이 같은 것도 잘 먹길래...

떡볶이?
하, 기가 막혀서.
야, 민호야. 너 데이트할 때 그런 거 먹고 다니니?
이러니까 애가 살이 안 찌지.
아가씨. 지금 "몰랐다"고 하면 다예요?
결혼이라는 게 소꿉장난인 줄 알아요?
남편 건강 챙기는 게 아내 될 사람의 첫 번째 의무예요.
기본적인 식성 파악도 안 되어 있는데 무슨 결혼을 하겠다고... 쯧.

죄송합니다. 제가 다음부턴 도시락이라도 싸서 다니겠습니다.
더 세심하게 신경 쓸게요. 제가 많이 부족했습니다.

그래, 부족한 거 알면 됐다. 이제부터 배우면 되지.
그리고 얘. 너네 집은 뭐 하신다고 했지?
민호한테 듣기로는 아버님이 퇴직하셨다고 하던데. 공무원?

네, 구청에서 근무하시다가 재작년에 정년퇴직하셨어요.
지금은 소일거리 삼아서 아파트 관리소장 일 하고 계시고요.

관리소장? 경비원 말이니?

아니요, 경비원은 아니시고요. 관리소장으로...

뭐, 그게 그거지.
그래, 노후 준비는 다 되셨고?
솔직히 말해서 요즘 세상에 부모 노후 안 되어 있으면 자식들 등골 휜다.
우리 민호가 장남이라 우리 집 챙기기도 바쁠 텐데, 너희 집까지 챙기려면...
솔직히 나는 그게 제일 걱정이다. 개천에서 용 난 건 좋은데, 그 개천이 우리 아들 발목 잡을까 봐.

네, 그 부분은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아버지 공무원 연금 나오시고, 지금도 월급 받으셔서 생활비는 충분히 버세요.
저희한테 손 벌리실 일은 절대 없으세요.
저희 부모님도 자식한테 짐 되는 거 제일 싫어하시는 분들이라, 그 부분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손 벌리는 게 문제가 아니라, 수준이 맞아야지 수준이.
말이 통하고 문화가 맞아야 사돈지간에도 교류를 할 거 아니니.
우리 바깥양반은 사업하던 사람이고 나는 평생 교육자 집안에서 자랐는데, 관리소장 하시는 분이랑 대화가 통하겠니?
그리고 우리 민호, S대 나와서 대기업 다니는 거 알지?
내 아들이지만 어디 내놔도 안 빠지는 애야. 키 크지, 인물 좋지, 직장 번듯하지.
우리 집안의 자랑이고 기둥이야.
솔직히 말해서 나는 판검사 며느리까진 아니더라도, 최소한 전문직 정도는 볼 줄 알았다.
약사나 교사, 아니면 적어도 공기업 다니는 애 정도는 데려올 줄 알았어.
근데 너는... 중소기업 다닌다며?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회사던데. 직원 수는 몇 명이니?

아... 네. 직원은 50명 정도 되고요...
아직은 작은 회사지만 성장하고 있는 벤처기업이에요. 비전도 있고...

비전? 꿈같은 소리 하고 있네.
비전이 밥 먹여 주니?
연봉은 얼마나 되니? 실수령액으로 말해봐라.

아... 그게... 아직은 많지 않지만...
실수령으로 250 정도 받아요.

250?
하...
야, 민호야. 너 들었니? 250이란다.
네가 지금 보너스 빼고 월급만 얼마 받지? 500 넘지?
두 배가 넘네, 두 배가.
아가씨. 부족하지 않게 살 정도라고 했죠?
부족하지 않아?
민호가 벌어오는 게 얼만데 네가 숟가락만 얹어서 부족하지 않다는 소리가 나와?
민호는 억대 연봉 바라보는 애고, 너는 그 반도 안 되는데.
그게 어떻게 '같이' 버는 거니? 민호가 벌어오면 네가 쓰는 거지.
냉정하게 따져보자.
결혼하면 집은 누가 해오니? 우리 민호가 해오지?
생활비는? 민호 월급으로 쓰겠지?
네 월급은? 네 용돈이나 하고 네 친정 챙기는 데 쓰겠지. 안 봐도 비디오다.
이게 공평한 결혼이니?

어머님, 저 그렇게 계산적인 사람 아니에요.
저도 제 월급 생활비에 보탤 거고요, 집도 대출 끼고 같이 갚아나갈 생각이에요.
민호 씨한테만 부담 지울 생각 추호도 없어요.

말은 청산유수지.
살다 보면 그게 되니? 애 낳으면 회사 그만둘 거 아니야.
그럼 오롯이 우리 민호 혼자 짐 짊어져야 하는데, 나는 내 아들 그렇게 고생하는 꼴 못 본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이 결혼 반대다.
내 아들이 너무 아까워.
너 같은 애 만나서 고생하기엔 우리 아들이 너무 잘났어.
격이 맞아야 대화도 통하고 사는 재미가 있는 법인데... 너는 우리 민호랑 격이 안 맞아.
민호야, 너 다시 생각해 봐라. 엄마는 영 안 찬다.
너 지금이라도 선자리 다시 봐줄까? 저번에 말한 김 원장네 딸, 아직 혼처 안 정해졌다더라.
걔는 약사야. 네가 아프면 약이라도 지어주지 않겠니?

※ 지수의 차 안. 현재

하아... 하아... 윽...
왜 이러지. 약 먹었는데. 출발하기 전에 분명히 안정제 먹었는데.
손이... 손이 왜 이렇게 떨리지.
진정해, 이지수.
그냥 밥만 먹고 오는 거야. 별거 아니야. 한두 번 겪는 일 아니잖아.
세 시간. 딱 세 시간만 버티면 돼.
눈 딱 감고, 귀 막고, 영혼만 빼놓고 있으면 지나갈 거야.
심호흡하자. 들이마시고... 내쉬고... 후우...
안 돼, 숨이 안 쉬어져. 가슴 위에 큰 바위를 올려놓은 것 같아.

도착 500미터 전입니다. 잠시 후 우회전입니다.

내비게이션 소리가 꼭 사형 선고 같네.
10년이야.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지났는데도 이 골목만 들어서면 숨이 턱턱 막혀.
저기 보이는 저 빨간 벽돌집... 저기가 지옥의 입구야.
"우리 아들이 너 만나서 고생한다."
그 말이 귀에서 이명처럼 들려. 10년 전 그날부터 단 하루도 잊혀지지 않아.
고생? 누가 고생인데. 대체 누가 누구더러 고생이래.
당신 아들 승진 시험 떨어져서 술독에 빠져 살 때, 대리운전비 아끼려고 내가 새벽마다 데리러 갔어.
술 취해서 토한 옷 다 빨아입히고, 꿀물 타다 바치고, 기죽지 말라고 용돈 쥐여준 게 누구야.
당신 아들 주식으로 돈 날려 먹고 사채 쓴다고 설칠 때, 내가 적금 깨고 친정에 손 벌려서 겨우 막았어.
우리 아빠 퇴직금... 그 피 같은 돈 빌려다 메꿨다고.
그런데도... 그런데도 나는 여전히 당신 아들 등골 빼먹는 여자지.
당신들 눈에는 내가 30년 전 그 가난한 관리소장 딸, 연봉 250만 원짜리 며느리로만 보이지.
내가 팀장이 되고, 연봉이 오르고, 당신 아들보다 더 가장 노릇을 해도...
당신들은 영원히 인정 안 할 거야.
도망치고 싶다. 핸들 돌려서 그냥... 바다로 가버리고 싶다.
이대로 가드레일을 들이받으면... 차라리 병원에 입원하면 안 가도 되지 않을까?
다리가 부러지면... 깁스하고 누워있으면 오라고는 안 하겠지?
아니야, 어머님은 깁스한 채로 와서 전 부치라고 하실 분이야.
미쳤어, 이지수. 정신 차려. 민호가 기다리잖아.
가야 해. 가서 또 죄인처럼 고개 숙이고 밥 먹어야 해.
그게 내 팔자야. 도망칠 곳 없는 내 인생이라고.


(S#3. 시댁 부엌. 현재)

어머니, 오셨어요. 문이 열려 있어서 들어왔어요.
건강은 좀 어떠세요? 무릎 아프시다고 하셨잖아요.

건강? 내 건강 챙기는 애가 빈손으로 오니?
말로는 건강 걱정한다면서 손에는 달랑 과일 바구니 하나네.
저번에 내가 지나가는 말로 무릎 관절 약 좋다는 거 얘기하지 않았니?
TV 보니까 연예인들도 다 그거 먹는다더라.
옆집 영숙이 며느리는 미국 출장 갔다가 사 왔다던데, 너는 뭐 하니?

아, 그 약이요... 그게 해외 직구라서 배송이 좀 늦어져요.
주문은 진작 했는데 통관이 걸려서 다음 주쯤 도착할 것 같아요. 죄송해요.
미리 챙겼어야 했는데 회사 일이 너무 바빠서 깜빡했어요.

핑계는. 마음이 없으니까 늦는 거지. 마음 있으면 비행기를 타고 가서라도 사 왔겠지.
너는 항상 핑계가 많아. 바쁘다, 잊어버렸다, 몰랐다.
네 친정 부모님 생신 선물도 그렇게 깜빡깜빡하니?
친정 엄마 영양제는 꼬박꼬박 챙기면서 시애미 관절 약은 통관 핑계 대고. 뻔하다 뻔해.
민호는? 주차하니?

네, 주차 자리가 없어서 한 바퀴 돌고 온대요.
제가 뭐 도울 건 없나요? 제사 음식 준비 아직 덜 하셨죠?

돕긴 뭘 도와. 너는 그냥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다.
저번에 네가 한 잡채, 짜서 입맛 다 버렸다.
간장 맛밖에 안 나더구나. 당면은 불어 터지고 야채는 설익고.
네가 한 건 다 버리고 내가 다시 했다. 음식물 쓰레기만 늘었지 뭐냐.
네 친정엄마는 음식 솜씨가 없으신가 보더라? 딸한테 간 맞추는 법도 안 가르치고 시집보낸 걸 보면.
아니면 친정에서 짜게 먹어서 너도 입맛이 그런 거니?

...어머니. 음식 타박은 저한테만 하세요. 제발 친정 얘기는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저희 엄마 음식 솜씨 좋으세요. 제가 못 배운 거지 엄마 탓 아니에요.
그리고 저번 잡채는... 민호 씨가 좀 짭짤하게 해달라고 해서 간장을 더 넣은 거예요.

어머, 얘 눈 동그랗게 뜨는 것 좀 봐라. 무섭다, 무서워.
내가 틀린 말 했니?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법이야.
너 하는 꼴 보면 네 집안 교육이 보여서 하는 소리다. 어른이 한마디 하면 "네, 알겠습니다, 고치겠습니다" 하고 숙일 생각을 해야지 어디서 따박따박 말대꾸야?
시애미 말이 말 같지 않니?
그렇게 잘난 친정 엄마한테서 배운 게 고작 말대꾸니?
말대꾸할 시간에 파나 다듬어. 민호 오면 바로 밥 먹게.
우리 아들 살 빠진 거 안 보이니? 볼이 홀쭉해졌어.
네가 밥을 어떻게 해 먹이길래 애가 저렇게 비실비실해? 사료 주니?

매일 아침 챙겨 먹여요. 저녁도 웬만하면 집밥 해서 먹이고요.
민호 씨가 요즘 회사 일 때문에 스트레스받아서 살 빠진 거예요. 프로젝트 때문에 야근을 밥 먹듯이 하거든요.
어제도 새벽 2시에 들어왔어요. 밥 먹을 시간도 없어서 김밥으로 때우고 일한대요.

회사 일?
그게 다 집이 편하지 않으니까 밖에서 스트레스받는 거야. 집구석이 편안하고 아내가 살가우면 남자가 밖에서 힘든 줄도 몰라.
여자가 집에서 남편 기를 살려줘야 밖에서도 승승장구하지.
너 만나고 나서 민호 되는 일 하나도 없잖니. 승진도 미끄러지고, 얼굴색도 죽고.
아이고, 내 팔자야. 며느리 잘못 들여서 내 아들만 고생이지. 점쟁이 말이 딱 맞았어. 네가 들어오고 나서 집안 기운이 쇠한다고.
너 들어오고 나서 민호 승진 막혔지, 주식 떨어졌지. 이게 다 우연이니?
여자가 들어올 때 복을 가지고 들어와야 하는데, 너는 액운을 달고 들어왔어.

(S#4. 시댁 거실. 식사 중)

민호야, 이거 갈비 좀 먹어라. 엄마가 너 온다고 한우 끊어다가 핏물 빼고 쟀다.
과일 갈아 넣어서 부드러울 거야.
너희 집 냉장고엔 이런 거 없지? 맨날 배달 음식이나 시켜 먹겠지.
너 저번에 보니까 피자 시켜 먹더라? 그 밀가루 덩어리가 밥이 되니?

맛있네요, 엄마. 안 그래도 요즘 고기 당겼는데. 입에서 살살 녹네.
지수야, 너도 좀 먹어. 엄마 갈비 진짜 맛있다.
너는 왜 밥을 깨작깨작 먹어. 어디 아파?

많이 먹어. 네 처가 해주는 밥이 오죽 부실하겠니.
풀떼기나 먹고 사니까 힘을 못 쓰지.
애미야, 너는 국 더 줄까? 국물이라도 좀 더 먹어라.
너도 살 좀 쪄야겠다. 얼굴이 그게 뭐니. 빈티 나게.
남들이 보면 시집살이시키는 줄 알겠다.

아니요, 됐습니다. 입맛이 별로 없어서요. 많이 드세요.
저는 아까 오면서 샌드위치 하나 먹어서 배가 안 고프네요.

입맛이 없어? 샌드위치?
시어머니가 새벽부터 일어나서 차린 밥상 앞에서 입맛 없다는 소리가 나오니?
너는 참 예나 지금이나 싹수가 노랗다. 예의라는 걸 몰라.
어른이 차려준 밥상이면 흙이라도 퍼먹는 시늉을 해야지.
먹기 싫으면 억지로라도 먹어. 복 달아나게 굴지 말고.
민호야, 너 이번에 김 대리는 승진했다더라?
내가 영숙이한테 들었는데, 걔 와이프는 내조를 그렇게 잘한다면서?
아침마다 녹즙 갈아 먹이고, 시부모한테도 매일 안부 전화하고, 철마다 보약 지어 보낸다더라.
심지어 시어머니 생신 때는 명품 가방 사줬대.

아, 김 대리 와이프요? 뭐... 그렇다곤 하던데. 김 대리가 자랑을 좀 많이 해요.
걔네 처가가 좀 잘살거든요. 장인어른이 병원장이라 지원도 많이 해주시고.

들었지? 여자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남편 관운이 트이는 거야.
처가 덕 보는 것도 남자의 복이야.
김 대리는 너보다 스펙도 딸린다며. 지방대 나왔다면서.
그런데도 승진한 거 보면 마누라 덕 본 거지. 처가 빵빵하고 마누라 내조 확실하니까 날개를 단 거지.
너는 뭐 하니? 남편보다 월급도 쥐꼬리만큼 벌면서, 집안일도 제대로 못 하고, 내조도 못 하고.
시어머니한테 전화 한 통 살갑게 하는 법이 있니, 아니면 남편 기를 살려주기를 하니.
친정에서 뭐 하나 해주는 게 있니? 10년 동안 뭐 하나 받아본 기억이 없다.
내가 10년 전에 반대했을 때 엎었어야 했는데.
내가 귀신에 씌었지. 그때 네 눈물 연기에 속아서... "잘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민호 씨 행복하게 해 줄게요"라며 울고불고 매달리는 바람에 내가 마음이 약해져서...
그때 독하게 끊었어야 했는데, 내 아들 인생 망친 것 같아서 밥이 안 넘어간다.

어머니. 저도 팀장 달았어요. 저도 회사에서 인정받고 일해요.
그리고 민호 씨 승진 누락된 거, 회사 티오가 줄어서 그런 거지 제 탓 아니에요.
왜 모든 걸 제 탓으로 돌리세요?
저도 밖에서 일하고 들어와서 집안일하고, 민호 씨 챙겨요. 녹즙은 못 갈아줘도 영양제 챙겨 먹이고, 주말마다 쉬게 해 주려고 노력한다고요.
그리고 친정에서 왜 안 도와주세요?
민호 씨 빚 갚을 때 저희 아빠 퇴직금...

말대꾸! 또 말대꾸!
팀장? 그 조그만 중소기업 팀장이 대수니? 명함도 못 내밀 회사 다니면서 유세는.
민호가 S대 나와서 대기업 다니는 거랑 레벨이 같아? 급이 다르잖아.
주제 파악 좀 해라. 너는 민호 발끝도 못 따라와.
감히 어디서 눈을 부릅뜨고 대들어? 시애미가 우스워?
그리고 뭐? 친정 퇴직금?
야, 그거 네가 빌린 거지 내가 달라고 했니?
네 남편 빚 갚는 데 네가 돈 보태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부부라며. 일심동체라며.
생색낼 걸 내라. 꼴랑 그 돈 해주고 10년째 우려먹을 작정이니?
밥상 치워! 밥맛 떨어져서 못 먹겠다. 내가 저런 걸 며느리라고...

(S#5. 시댁 작은방. 밤)

여보. 자?

...아니. 왜.

당신 아까 엄마가 나한테 싹수없다고 하고, 주제 파악 하라고 소리 지를 때... 왜 가만히 있었어?
밥이 넘어가? 갈비가 그렇게 맛있었어?
내가 옆에서 손을 벌벌 떨고 있는데, 얼굴이 하얗게 질려가는데 당신은 어떻게 모른 척할 수가 있어?
엄마가 내 친정 무시하고, 우리 아빠 퇴직금 얘기 비꼬을 때... 당신 한마디는 했어야지.
"장인어른 덕분에 살았다, 고맙다" 그 말 한마디 하는 게 그렇게 어려워?

아, 또 시작이다.
엄마가 원래 말씀이 좀 거치시잖아. 옛날 분이라 그래. 악의 있어서 그런 거 아닌 거 알잖아.
그리고 오늘 엄마가 기분이 좀 안 좋으셔서 그래. 무릎도 아프시다잖아.
네가 좀 이해하고 넘어가면 안 돼? 10년 됐으면 적응할 때도 됐잖아.
매번 올 때마다 왜 이렇게 싸움을 걸어? 나도 중간에서 피곤해 죽겠어.

적응?
당신은 칼에 찔리는 게 적응이 돼?
10년 동안 난도질당했어. 살점이 다 떨어져 나갔다고.
당신이 주식 말아먹었을 때 내가 뭐라 그랬어? 괜찮다 그랬지?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위로했지?
당신 힘들 때 술주정 다 받아주고, 카드값 메워준 게 누군데!
그때 당신이 흘린 눈물 닦아준 게 나야. 당신 엄마가 아니라 나라고!
근데 당신은 왜 내 편 한 번을 안 들어줘?
나 진짜... 숨 막혀서 죽을 것 같아. 여기 올 때마다 공황장애 약 먹고 오는 거 알아?
차 안에서 숨이 안 쉬어져서 허벅지 꼬집으면서 온다고! 내 허벅지 봐. 멍든 거 안 보여?

약? 너 정신과 다니냐?
와... 가지가지 한다 진짜.
야, 우리 엄마가 너 때렸냐? 굶겼냐?
그냥 잔소리 좀 한 거 가지고 정신과까지 가?
너 진짜 예민하다. 너무 예민해.
남들은 시집살이 더 심하게 해도 잘만 사는데, 너는 유독 왜 그러냐. 질린다 진짜.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엄마가 틀린 말 한 건 아니잖아.
네가 내조 조금만 더 신경 써줬으면 김 대리처럼 나도 승진했을 수도 있지. 안 그래?
김 대리 와이프는 장인어른 병원 건물을 해오네 마네 하는데, 너는 솔직히... 나한테 도움 되는 거 없잖아.
내가 누구 때문에 뼈 빠지게 일하는데. 너랑 애 먹여 살리려고 이 고생 하는 거 아니야.
근데 넌 고마워하긴커녕 맨날 피해자 코스프레만 하니 내가 정이 안 떨지겠냐?

...뭐? 엄마가 틀린 말을 안 해?
내조? 내가 내조를 안 해서 당신이 승진을 못 했다고?
내가 애 키우면서 회사 다니고 당신 뒤치다꺼리까지 하는 건 안 보여?
그래... 알았어. 당신은 영원한 엄마 아들이구나.
내가 미친년이지. 당신한테 기대를 한 내가 미친년이야.
이제 알겠어. 당신 눈엔 내가 그냥... 당신 엄마 비위 맞춰주는 하녀로밖에 안 보이는구나.
당신은 날 사랑한 게 아니라, 당신 엄마를 대신해 줄 대리모가 필요했던 거야.

(S#6. 병원 진료실. 며칠 후)

(떨리는 목소리, 울음을 참으며)
선생님. 남편은 제가 유별나대요.
다른 며느리들은 다 참고 사는데 저만 정신력이 약해서 이러는 거래요.
시어머니가 욕을 한 것도 아니고 그냥 걱정해서 한 말이라는데... 제가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거래요.
제가 사라지면... 모두가 행복해질까요?
제가 문제인 거면, 제가 없어지는 게 답 아닐까요?
어제는 베란다 난간을 보는데... 그냥 저기서 떨어지면 편해질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남편도, 시어머니도, 저 없이 자기들끼리 오순도순 잘 살 것 같아서요.

지수 씨.
누군가 지수 씨 팔을 칼로 긋는다고 칩시다. 한 번, 두 번... 10년 동안 매일 그으면 어떻게 될까요?
피가 나고, 흉터가 생기고, 나중엔 살이 썩어 들어가겠죠?
지금 지수 씨 마음은 응급실 환자예요.
피를 철철 흘리면서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르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남편분은 옆에서 "엄살 부리지 마라, 피 좀 흘린다고 죽냐" 이러고 있는 거고요.
이대로 계속 그 칼을 맞고 있으면, 지수 씨가 죽어요. 자아가 완전히 파괴될 수 있어요.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가 아니라, 마음의 암이에요. 지금 지수 씨는 말기예요.
이제는 피하셔야 해요. "싫어요", "그만하세요"라고 말해야 해요.
도망치세요. 지금 당장 그 환경에서 벗어나셔야 해요.

도망이요?
...어디로요?
친정으로요? 칠순 넘은 엄마 아빠 가슴에 대못 박고 이혼녀로 돌아가라고요?
저희 아빠, 평생 바르게 사신 분이라 딸 이혼했다는 소리 들으면 쓰러지실 거예요.
아니면 애 데리고 원룸이라도 얻어서 나가요?
저 대출금 갚느라 모아둔 돈도 없어요. 제 월급으론 준우 학원비 내고 나면 생활비도 빠듯해요.
그리고 우리 애는요? 애는 아빠 없이 어떻게 키워요?
어머님이 저 안 보면 애도 안 보겠다고 하실 텐데...
선생님... 도망치는 게 쉬우면 제가 여기까지 왔겠어요?
못 가요. 갈 데가 없어요. 저는 갇혔어요.
그냥... 그냥 제가 좀 덜 아프게 맞는 법은 없나요?
신경을 끊는 약이라도 좀 더 강하게 지어주세요.
그냥 제가 바보가 되면, 아무 생각 없이 살 수 있지 않을까요?
제발... 그냥 아무것도 안 느끼게 해주세요.

(S#7. 시댁 거실. 다음 방문)

(차분하지만 결의에 찬 목소리)
어머님. 저 왔어요.

왔니? 민호는?
왜 혼자 들어와?

민호 씨는 주차하고 온대요.
어머님, 저 드릴 말씀 있어요.

뭔데? 표정이 왜 그래?
돈 필요하니? 또 생활비 모자란다고 징징대려고?
내가 말했지. 씀씀이를 줄이라고.

아뇨. 돈 얘기 아니에요.
저 이제 여기 안 올 거예요.
명절, 제사, 생신... 다 안 올 거예요.
저 이제 며느리 노릇 안 합니다.

뭐? 안 와?
너 지금 제정신이니? 약 먹더니 돌았어?
네가 안 오면 내 손주는? 내 손주도 안 보여주겠다는 거야?
어디서 못된 것만 배워가지고... 네가 감히 시애미한테 절연을 선언해?
누구 맘대로?

네. 준우도 안 보낼 거예요.
어머님이 준우한테 제 욕 하시는 거 다 알아요. "네 엄마처럼 살지 마라", "네 엄마는 멍청하다".
애가 집에 와서 저한테 물어봐요. "엄마는 왜 할머니한테 혼나?"라고요.
애 정서에 안 좋아요. 저도 보호해야겠어요.

이게 미쳤나!
야, 네가 뭔데 내 손주를 보여주네 마네 해?
네가 낳았다고 다 네 거야? 내 핏줄이야! 내 아들 씨라고!
그리고 너, 지금 이혼하겠다는 거야?
이혼해! 당장 해!
너 같은 거 내보내고 새장가 들이면 그만이야. 줄 선 여자들 많아!
근데 너, 빈 몸으로 나가야 할 거다.
이 집? 내 아들 명의야. 양육권? 우리 민호가 능력 더 좋아.
너 이혼하면 애 뺏기고 위자료도 못 받고 길바닥에 나앉는 거야. 알기나 해?
빈털터리 이혼녀 주제에 애를 어떻게 키울 건데?
네가 무슨 능력이 있어? 꼴랑 그 월급으로?

...지금 협박하세요?
민호 씨 빚 1억, 제가 갚았어요.
그거 재산 분할하면 제가 더 많이 가져가요! 기여도가 얼만데!
그리고 민호 씨가 도박한 증거, 저한테 폭언한 증거, 어머님이 저한테 막말하신 녹음 파일... 다 있어요.
소송 가면 어머님이 불리해요! 위자료는 제가 받아야 한다고요!

증거?
웃기고 있네.
네가 갚은 1억? 그거 네 친정 아버지가 준 돈이라며.
증여세는 냈니?
어디 한번 소송 걸어봐라. 내가 국세청에 다 찔러서 네 친정까지 쑥대밭으로 만들어줄 테니까.
너네 아버지, 평생 공무원 하시다 퇴직하셨다며?
딸년 이혼 소송 때문에 세무조사 받게 해드려? 평생 모으신 돈 다 토해내고 망신당하게 해줄까?
어디서 감히 시애미한테 협박질이야? 내가 너 하나 못 조질 줄 알아?
나 변호사 살 돈 많아. 너네 집안 기둥뿌리 뽑을 때까지 소송 끌고 가줄게.
어디 해봐. 누가 죽나 해보자고.

...어, 어머님. 그건...
그건 너무하시잖아요... 어떻게 부모님까지 건드리세요?
저희 아버지가 어머님한테 잘못하신 건 없잖아요...

왜? 겁나니?
10년을 살았으면 눈치가 있어야지.
네가 아무리 발버둥 쳐봤자 내 손바닥 안이야.
나가려면 나가. 대신, 네 아들은 두고 나가.
그리고 네 부모 피눈물 흘리는 꼴 보고 싶으면 당장 나가!
썩 꺼져! 다시는 내 눈에 띄지 마라!

(S#8. 시댁 현관 앞)

(거친 숨소리.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 비틀거리는 발소리)
하아... 하아...
문밖으로 뛰쳐나오긴 했는데... 다리가 후들거려.
국세청? 세무조사?
진짜 하실 분이야. 저 독한 성정에 진짜 하고도 남을 분이야.
그 1억, 아빠가 노후 자금 몰래 빼주신 건데... 증여세 신고 안 했는데...
그거 걸리면 우리 아빠 연금은? 엄마는?
내가 욱해서... 내가 미쳐서 일을 키웠어.
그냥 참을걸.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걸.
내가 무슨 영웅이 되겠다고...

(핸드폰 진동 소리. 징- 징-)
[남편]
[야! 너 엄마한테 무슨 짓 했어? 엄마 쓰러지셨어!]
[지금 응급실 가신다고 난리 났어. 너 진짜 제정신이야?]
[빨리 안 들어와? 너 진짜 이혼하고 싶어? 준우 생각 안 해?]
[당장 와서 빌어. 안 그러면 진짜 끝이야. 나 너 용서 못 해.]

준우... 내 새끼...
내가 이혼하면 준우는 그 집에서 살아야 해.
그 시어머니 밑에서, "네 엄마는 도망갔다", "네 엄마는 나쁜 년이다" 소리 들으면서 커야 해.
안 돼. 그건 안 돼. 내 새끼를 그 지옥에 두고 나만 살겠다고 도망칠 순 없어.
하지만... 나는? 내 인생은?
나도 살고 싶은데... 나도 숨 쉬고 싶은데...
아무도 내 편은 없구나. 세상 어디에도 내 편은 없어.

(종료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망설인다. 손이 떨린다)
선생님이 도망치라고 했지?
나를 지키라고 했지?
근데 선생님... 도망칠 곳이 없어요.
내 발목에 너무 많은 게 묶여 있어요.
돈, 아이, 부모님... 10년의 세월...
나는... 나는 다시 그 지옥으로 들어가야 해요.
내가 죽어야... 모두가 편안해지니까요.
내가 무릎 꿇으면, 우리 부모님은 건드리지 않겠지.
내가 빌면, 준우는 볼 수 있겠지.

(전화를 받는다. 목소리가 떨리고 메말라 있다)
...여보.
어... 미안해. 내가 잠깐 미쳤었나 봐.
약 기운 때문에 정신이 없었어.
지금... 지금 다시 올라갈게.
엄마 좀 진정시켜 드려. 내가 가서... 내가 가서 무릎 꿇고 빌게.
응... 금방 가.

(발걸음을 돌린다. 터벅터벅. 무거운 발소리)
다시 저 문을 열어야 한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무릎을 꿇고, "잘못했습니다, 죽을죄를 졌습니다"라고 말해야 한다.
10년 전과 똑같이.
아니, 10년 전보다 더 비참하게.
내 영혼을 문밖에 두고, 껍데기만 들어가는 거다.
햇살이 눈부시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가 들린다.
근데... 내 눈앞은 캄캄하다. 영원히 깰 수 없는 악몽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Step 3. 엔딩 (Ending)

(내레이터 - 씁쓸하고 낮은 목소리)

우리는 드라마에서 "사이다 결말"을 기대합니다.
며느리가 시원하게 들이받고, 이혼 서류를 던지고, 멋지게 성공하는 그런 통쾌한 반전을요.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요.
돈 때문에, 아이 때문에, 늙은 부모님 걱정 때문에...
결국 며느리는 다시 그 지옥 같은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지수 씨는 오늘 패배했습니다. 철저하게 짓밟혔습니다.
하지만 그녀를 비겁하다고 욕할 수 있을까요?
그녀가 지키고 싶었던 건 자신의 자존심이 아니라, 아이의 미래와 부모님의 평화였으니까요.
가족이라는 이름의 인질극.
사랑이라는 가면을 쓴 폭력.
오늘의 진짜 고부 전쟁은... 며느리의 참담한 백기 투항으로 끝납니다.
어쩌면 그녀에게 필요한 건 응원이 아니라,
그저 함께 울어줄 누군가였을지도 모릅니다.